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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범죄>1.天人共怒할 지존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악마의 범죄」-.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엽기적 연쇄납치 살인사건을 저지른 「지존파」일당의 끔찍한 범죄수법에 온국민이 경악하고 있다.20대초반인 범인들은 「야인」(野人)이라는 소설책을 탐독하면서 허구를 현실에 적용했다지만 국민들은 차라리 이들의 범죄가 현실이 아닌 소설이기를 바라는 심정일 것이다.中央日報는 지존파 일당이 저지른 전대미문의 범죄행각을 계기로 극악해진 청소년 조직범죄에 대한 우리사회의 총체적 책임과 대응방법을시리즈로 짚어본다.
[편집자註] 反문명적 양심과 치밀한 범행수법으로 특징지워지는이들의 범죄는 믿고싶지 않지만 엄연한 실제상황이었다.
그리고「가진 자에 대한 무차별적인 보복」이라는 범행동기는 우리사회가 이들의 범죄에 관한한 연대책임에서 한발짝도 벗어날수 없음을 말해주고 있다.
전문가들은 범인 김현양(金現陽.22)일당이 조직강령까지 만들어 놓고 목적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던 점에 주목한다. 그리고 이들을 기존의 범죄조직과는 전혀 새로운「신종살인집단」으로 분류한다.
사회 밑바닥을 전전하던 이들은 포커판에서 만나 의기투합하고「조직을 배반하는 자는 죽인다」는 행동강령을 정한다.
이어「이세상의 끝을 보자」며 지리산에서 구더기등 벌레와 풀뿌리만 먹고 2주간 연명하는 지옥훈련을 했다.여기까지는 그렇다 치자. 문제는「돈많은 자로부터 10억원을 강취한다」는 목표와 이를 실현하기 위한 과정에서 납치.살해한 사람의 시체를 토막내고 아지트 지하에 화장터를 마련하는가 하면 인육에 입을 대는등스스로 인간이기를 포기한 데 있다.
본격적인 범죄에 앞서「시범」으로 젊은 여성을 납치,집단 성폭행하고 살해해 야산에 암매장하거나 부인이 보는 앞에서 남편을 엽총으로 쏴 살해한 것도 마찬가지다.
「신종살인집단」은 하루 아침에 하늘에서 떨어진 예외적인 존재가 아니라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하루하루를 평범하게 살아가는 일반시민을 언제든지 범죄인으로 만들 수 있는 물질만능주의.인간성 상실등 전사회적 차원의 병폐라는 악성바이러스는 지금 이순간에도 돌아다니며 환부를 노리고 있는 것이다.
범인일당은 인간성과 인격의 완성보다는 맹목적인 경쟁만을 요구하는 왜곡된 교육과 가치관 속에서 극단적인 저항으로만 달려왔다. 최근 30년간 우리사회를 지배해온 규범.과정무시의 군사문화도 배경이 됐다.
같은 또래 일부 젊은이들이 명문대학진학과 개인적인 영달을 위해 나머지 가치를 유보한 채 도서관에서 책과 씨름하는 동안 경쟁에서 뒤처진 이들은 음지의 독버섯처럼 극도의 소외와 증오심을키워나갔던 것이다.
경찰청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소년범죄자는 10만3천6백55명으로 전체범죄1백50만7백7명의 6.9%였다.범죄별로는 살인범의10.4%,강도범의 47.9%,강간범의 29.0%,절도범의 49.8%,폭력범의 11.4%를 차지했다.
연도별로도 89년 7만8천8백96명,91년 8만5천2백7명,93년 10만3천6백55명으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많은 사람들은 화장을 하면서 시체타는 냄새를 위장하기 위해 통돼지를 마당에서 구워 연기를 피우며 이웃집 노인에게 나눠준 대목에 이르면 문명과 인간사회에 대한 부정이라는 음산한 분위기마저 풍긴다.
이번사건은 범죄의 가속화된 발전속도와 제자리걸음을 하는 치안능력과의 격차가 더이상 방치하기 어려운 수준에 이르렀음도 보여주고 있다.
이들은 다이너마이트와 공기총으로 무장했고 차량 2대로 범행대상인 고급승용차를 가로막고 가스총을 쏘아 피해자를 실신시켰다.
또 살해한 피해자를 교통사고를 위장해 계곡아래로 밀어 떨어뜨리는등 서구영화에서나 볼수 있는「선진적인」범행수법을 과시했다.
반면에 경찰은 범인에게 납치됐다 탈출한 여인의 제보가 있기 전까지는 소윤오씨 납치살해사건을 사생활이나 회사경영관련 범죄로추정하는 한심한 수사력을 노출했다.
결국 이번사건의 근본적인 책임은 인천북구청세무비리사건에서 드러났듯 우리사회의 도덕적 불감증과 왜곡된 가치관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
증상이 복합적인 것임이 분명해진 이상 치유방법도 일과성의 대증요법이 아닌 전사회구성원이 참여하는 총체적인 차원에서 이뤄져야 할 것이다.
〈李夏慶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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