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 신성중학교 2학년 때 태극마크를 달았다. 한국과 일본의 아마추어 챔피언십을 석권했고, 지난해 도하 아시안게임에서 2관왕에 올랐다. 골프 명문 신성고를 졸업했고, 현재 연세대에 재학 중이다. 올해 프로로 데뷔하자마자 3승을 거두면서 당당히 시즌 상금왕까지 거머쥐었다. 한국 골프의 수퍼 루키 김경태(21·신한은행) 얘기다. 그러나 탄탄대로를 걸었을 것 같은 그도 강원도 속초의 거친 바닷바람 속에서 피와 땀과 눈물, 그리고 그것보다 더 큰 의지로 자랐다. 아버지 김기창(54)씨는 아들 경태에 대해 이렇게 얘기한다.
김경태(下)가 캐디를 맡은 아버지 김기창씨와 함께 퍼팅 라인을 읽고 있다. [JNA 제공]
나도 젊은 시절 최고 골퍼가 되고 싶었다. 오전 4시에 러닝을 하다 넘어져 허리를 다쳤다. 속초로 가서 레슨을 했다. 당연히 집안 형편이 어려웠다. 경태 대회 경비 마련도 쉽지 않았다. 하루치 여관비를 아끼려 오전 2시쯤 집에서 출발했다. 차에서 새우잠을 자다가 대회장에 도착하면 경태는 즐겁게 뛰어나갔다.
한창 자랄 때여서 다른 아이들은 매년 키에 맞춰 새 클럽으로 바꿨다. 경태는 그렇지 못했다. 국가대표 상비군이 되기 전까지 여성용 중고 클럽을 썼다. 남들 미국으로, 호주로 전지훈련 가는데 썰렁한 속초 연습장에서 연습했다.
마음이 짠해서 “촌놈이 더 잘 한다. 최경주와 박세리를 봐라. 된장·고추장 먹으면서 큰 사람이 더 잘되지 않았느냐. 미국 가서 햄버거 먹고 비싼 레슨 받는 네 또래들보다 네가 훨씬 더 훌륭한 선수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냥 기죽지 말라고 한 말인데 경태는 그 말을 굳게 믿었다.
중3 때 국가대표 상비군에서 탈락했다. 그때 많은 것을 느낀 것 같다. 경태는 전혀 교만하지 않다. 한 번만 쉬면 곧바로 물러서게 된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경태도 여러 독지가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았다. 최경주 선배처럼 나중에 돈을 많이 벌면 남을 위해서 쓰고 싶다고 말한다.
김경태는 “어려운 환경이어서 책임감이 더 생긴 것 같았다. 프로가 되고, 우승을 하면 풀어지기 쉽지만 저는 가족 때문에 골프에 더 욕심이 생긴다”고 말했다.
김경태는 8일 중국 상하이 샤산 인터내셔널 골프장(파72·7199야드)에서 개막하는 유럽프로골프협회투어 HSBC챔피언스 대회에 출전한다. 지난해 양용은(테일러메이드)이 타이거 우즈(미국)를 제치고 우승했던 바로 그 대회다. J골프가 매일 오후 1시부터 4라운드를 모두 생중계한다.
성호준 기자
◆김경태 주요 경력
2003년 국가대표
2004년 한국아마추어선수권 우승
2005·2006년 일본아마추어선수권 우승
2006 도하 아시안게임 2관왕
2006년 삼성베네스트 오픈 우승
2007년 4월 토마토저축은행 오픈 5월 매경오픈, 7월 삼능 애플시티 오픈 우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