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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키스탄 경제도 '비상사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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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5일 파키스탄의 수도 이슬라마바드에서 한 사진기자가 시위대가 쌓아 놓은 타이어가 화염에 휩싸인 모습을 촬영하고 있다. [이슬라마바드 AFP=연합뉴스]

페르베즈 무샤라프 대통령의 국가 비상사태 선포로 정정이 불안해진 파키스탄의 경제가 비틀거리고 있다. 주가는 폭락하고 해외투자자들의 발길은 뚝 끊어졌다. 국가신용등급도 하향 조정됐다.

여기다 무샤라프 정권의 최대 후원자인 미국의 압박은 예상 외로 거세지고 있다.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은 무샤라프 대통령에게 군 참모총장에서 물러나고 비상사태를 해제하라고 경고했다. 안팎으로 도전에 직면하고 있는 무샤라프 대통령은 내년 1월 총선은 예정대로 치르겠다는 입장을 5일 밝히며 진화에 나섰다.

◆경제 불안=3일 선포된 국가 비상사태는 이틀 뒤인 월요일 주식시장에 그대로 반영됐다. 5일 카라치 KSE-100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4.6%나 떨어진 1만3279.60에 마감했다. 남부 항구도시 카라치에 소재한 증권사 BMA캐피털의 무다시르 마리크는 "비상사태 선언으로 경제의 불확실성이 가중돼 향후 주가는 더 빠지고 투자자들은 장기적 결정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외국인투자도 전년 대비 대폭 줄어들 전망이다. 지난 6년 동안 110억 달러(약 10조원)를 지원했던 미국이 이번 사태로 투자 유보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네덜란드도 당초 계획했던 수백만 달러의 투자를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지난해 11억9000만 달러였던 외국인 직접투자(FDI)는 올 9월까지 9억9000만 달러에 머물렀고 더 이상 늘어날 가능성이 없어졌다.

국제 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6일 파키스탄의 국가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무디스도 파키스탄이 발행한 외화 및 국내 통화 기준 채권 등급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변경했다.

이 때문에 지난 5년간 연평균 7%의 성장을 해온 파키스탄 경제가 올해는 5%대로 내려앉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미국 압박 거세=미국은 '테러와의 전쟁'에 적극 협력하고 있는 무샤라프 정권을 지지해 왔다. 그러나 무샤라프의 민주화 역행 조치를 더 이상 방관할 수 없는 미국은 상황 진전에 따라 파키스탄에 대한 재정 지원이 재검토될 수 있다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부시 대통령은 5일 "우리는 파키스탄의 선거가 최대한 빨리 실시되기를 바라며 무샤라프 대통령은 군복을 벗어야 한다"고 말했다. 파키스탄 사태와 관련해 부시 대통령이 직접 입장을 밝힌 건 이번이 처음이다. 부시 대통령은 "우리는 무샤라프 대통령이 민주주의를 조속히 회복하길 바란다"며 "무샤라프 대통령에게 나의 이런 메시지를 전달하도록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에게 지시했다"고 밝혔다.

그는 그러나 무샤라프 대통령이 미국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을 경우 어떤 조치를 취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부시 대통령은 "가정이지만 무샤라프가 나의 충고를 받아들일 것이라는 분명한 희망을 갖고 있다"며 "현재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그와 함께 문제를 푸는 것이고, 그가 나의 충고를 수용하지 않을 때 우리는 그 문제를 다룰 것"이라고 말했다.

라이스 장관은 이날 중동에서 워싱턴으로 복귀하던 중 무샤라프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20여 분간 통화했다고 숀 매코맥 국무부 대변인이 밝혔다. 매코맥 대변인은 "라이스 장관은 비상사태를 철회하고, 선거를 예정대로 내년 1월 실시하라고 무샤라프 대통령에게 촉구했다"고 전했다.

워싱턴.홍콩=이상일.최형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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