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드릴 말씀이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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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6일 교섭단체대표연설이 열린 국회 본회의장에 입장하며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사진=오종택 기자]

"이명박 만날 이유 없다" "이재오 사과로 안 본다"고 이명박 후보 측에 직격탄을 날렸던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는 6일 입을 굳게 다물었다.

그는 이날 오전 국회 본회의에 참석하기 전 기자들이 '이재오 최고위원이 2선 후퇴하면 이 후보와 만날 용의가 있느냐'고 묻자 "어제 다 답변했다. 오늘은 드릴 말씀이 없다"고만 말했다. 회의 뒤 다시 기자들이 '7일 이회창 출마' '이방호 사무총장 거취'에 대해 물었지만 "드릴 말씀이 없다"는 답만 되풀이했다.

'이회창 출마 정국'에서 정치권은 박 전 대표가 이명박 후보를 도와줄지,이 전 총재를 비판할지에 관심을 쏟고 있다.

현재 당내에선 "박 전 대표 지지세가 강한 충청과 영남권의 당 선대위 조직 대부분이 일제히 활동을 중단하고 박 전 대표의 지침이 떨어지기만 기다리고 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이들 지역에선 이 후보가 이른바 화합조치의 일환으로 박 전 대표 측 사람들을 요직에 기용했는데 이들이 움직이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박 전 대표가 손을 내미는 쪽으로 조직을 가지고 이동할 것이란 말이 파다하다. 김무성.유승민.허태열 의원 등 박근혜 계열 인사 상당수가 2002년 이회창 후보 밑에서 일했었다.

박 전 대표가 당장 이 전 총재 출마에 관한 입장을 내놓을 것 같지는 않다.

한 측근은 "당분간은 상황을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이 후보 측의 도움 요청에 대해 유승민 의원은 "당 화합을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고, 제대로 도와 달라는 부탁 한번 하지 않다가 이제 와서 그런 얘길 할 수 있느냐"고 반박했다.

그는 "박 전 대표는 이 후보 측이 전체 보수세력을 끌어 안지 못한 점이 이 전 총재의 출마에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서청원 등 친박근혜계 만찬=이 후보와 박 전 대표 갈등의 한복판에 있는 이재오 최고위원의 거취 문제도 해결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박 전 대표는 5일 자문교수단과 만찬을 함께했다. 이 자리에선 이 최고위원 문제가 화제에 올랐다고 한다. 부산일보가 보도한 '신당 추진설'(※이 최고위원은 오보라 주장하고 있음)에 대한 비판이 나왔다. 듣고 있던 박 전 대표는 표정이 굳어지며 "아휴 참…"이라고 한숨을 쉬었다고 한다.

유 의원은 6일 "이제 더 이상 이 최고위원의 사퇴를 요구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이 최고위원이 화합의 걸림돌이니 화합을 위해선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인데 이 후보 측이 우리를 당권에 혈안이 돼 보채는 사람들 취급을 하고 있다"며 "박 대표도, 우리도 할 만큼 했다. 이제 공은 이 후보에게 넘어갔다"고 주장했다.

유 의원과 서청원 전 캠프 상임고문 등 박 전 대표의 측근인사들은 이날 오후 서울 시내 모 음식점에서 만찬 회동을 하고 현안에 관해 논의했다.

이가영 기자, 사진=오종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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