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REAL ESTATE] 재개발 방식이 속도 빨라 조합원 적은 곳이 유리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13면

규제 완화 등의 각종 지원을 받으며 추진 중인 도심 개발사업인 재정비촉진사업의 개발 계획이 윤곽을 드러냈다. 지난해 재정비촉진지구로 지정된 서울지역 사업 대상지들의 개발계획안이 잇따라 발표되고 있어서다. 서울시내 17개 지구 가운데 일찌감치 사업계획이 확정된 은평·길음을 제외하고 절반이 넘는 8곳의 개발계획안이 최근 들어 나왔다. 개발계획안에는 지구 내 개별사업장(구역)의 위치·규모·개발방식(재개발·재건축 등) 등이 들어 있다. 발표된 개발계획안은 서울시 심의 등을 거쳐 이르면 이달부터 확정될 예정이다. 재정비촉진지구는 사업성에서 기존 뉴타운보다 유리한 데다 재건축시장이 규제 강화로 시들해지면서 유망한 투자대상으로 꼽혀 왔다. 하지만 막상 뚜껑이 열린 개발계획안에는 투자자들의 주의가 필요한 내용들이 적지 않다. 곳곳에 투자 함정이 도사리고 있다. J&K부동산투자연구소 권순형 소장은 “개발계획 내용을 꼼꼼히 따져보지 않고 막연한 기대감에 투자했다간 낭패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1. 사업속도 들쭉날쭉

서울 상계동의 도시재정비촉진지구 모습

재정비촉진지구에선 거래가 제한된다. 대지(지분 포함) 20㎡ 이상엔 토지거래허가제한이 적용돼 실제로 거주해야만 주택을 구입할 수 있다. 3년간 팔지도 못한다. 이 같은 거래 제약 때문에 사업속도는 투자성을 가늠하는 주요 변수다. 사업기간이 길면 그만큼 오랫동안 투자금이 묶이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같은 재정비촉진지구에서도 구역별로 사업속도 차이가 크다. 사업이 마무리단계인 사업장이 있는 반면 사업 시작이 요원한 구역도 있다. 서대문구 북아현, 영등포구 신길 등의 재정비촉진지구에선 이미 분양을 끝내고 착공한 단지들이 나왔다. 동작구 노량진·흑석 지구에선 일부 구역이 올해 안에 분양을 서두른다. 재정비촉진지구 지정 전 이미 사업이 시작된 곳이어서 개발계획 수립과 상관없이 사업을 하고 있다.

다른 구역들은 개발계획이 확정돼야 사업을 할 수 있다. 이들 가운데서도 사업속도 차이가 난다. 구청들은 노후도 등 개발여건을 감안해 구역별로 사업시작 시점을 달리해 단계별로 개발계획을 짜고 있다. 송파구 거여·마천 지구에선 6개 구역 중 5곳이 2010년 이후 사업이 가능하다. 마천2구역이 가장 늦은 2012년부터다.

구역에 따라 입주시점이 5년 이상 벌어지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지구 전체의 사업이 끝나기 전에는 다소 어수선하더라도 사업기간이 짧은 곳이 투자에 낫다”고 말한다.

2. '사공' 많으면 불안

분양가 상한제 타격은 조합원이 적어 일반분양분이 많은 구역에서 크다. 상한제 규제는 일반분양분 가격에 적용되기 때문. 그렇더라도 투자자 입장에선 조합원이 적은 구역이 낫다. 상한제 영향으로 추가 부담금이 다소 늘겠지만 일반분양분이 적은 곳보다는 덜해서다. 일반분양 수입이 많을수록 조합원 부담은 가벼워지는 것이다.

조합원이 많으면 주민 갈등으로 사업이 더딜 수 있다. 재개발이나 재건축의 경우 최소 부지면적 기준이 1만㎡지만 재정비촉진지구에선 이보다 20배가 넘는 사업장들이 적지 않다. 북아현지구 내 월드공인 관계자는 “입주 뒤 미래가치는 큰 단지가 낫지만 반대하는 주민이 많이 나오면 사업에 골치를 앓을 수 있기 때문에 투자자들에게 덩치만 큰 구역은 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조합원 수가 지나치게 많으면 큰 집을 배정받기 힘들다. 재정비촉진지구 내 재개발은 전용면적 85㎡ 초과의 중대형을 건립가구수의 40%까지 지을 수 있다. 일반 재개발에선 20%가 한도다. 중대형이 많다는 게 재정비촉진지구의 매력 가운데 하나인데 조합원이 너무 많으면 가구수가 늘면서 그만큼 작은 집 비중이 커진다.

노원구 상계, 관악구 신림 등의 경우 조합원에게 돌아갈 가구 수를 맞추느라 전용면적 60㎡ 이하가 40~50%에 달하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60㎡ 이하는 30% 이하다. 자칫하면 기존 주택보다도 작은 집을 분양받을 수도 있다.

3. 규제 얽힌 재건축구역

정부가 특별법(도시재정비촉진특별법)까지 만들어 지원하는 재정비촉진사업에서도 재건축구역은 별다른 혜택을 받지 못한다. 재개발은 건축기준 완화 등을 적용받지만 재건축사업장에는 아무런 ‘당근’이 없다. 정부의 재건축 억제방침 때문이다. 낡은 단독주택들이 몰려 있는 재정비촉진지구에서 재건축구역이 나오는 것은 노후도 등에서 재개발 요건에 맞지 않아서다. 상대적으로 도로여건 등이 나아 재개발 대상이 안 되는 것.

거여·마천과 신길, 은평구 수색·증산 지구의 일부 구역이 재건축 방식으로 개발될 예정이다. 개발계획을 세우고 있는 강서구 방화의 9개 구역 모두 현재로선 재건축 방식을 택하고 있다. 노량진에도 재건축 구역이 많은데 구청은 재개발로의 변경을 추진 중이다.

재건축 구역은 재개발과 같은 용적률(아파트 연면적 대비 부지면적 비율)을 적용받아 새로 지을 아파트 규모가 비슷하지만 규제는 훨씬 심하다. 조합 설립 이후에는 입주 때까지 아예 전매가 안 된다. 재개발엔 전매제한이 없다. 시공사도 사업승인 이후 선정해야 해 초기 주민들의 자금부담이 크다. 재개발 시공사 선정 시기는 사업승인 이전인 조합설립 이후다. 재개발에는 없는 부담금을 입주 뒤 내야 한다. 추진위 설립 이후 입주 때까지 오른 집값의 일부다. 재건축사업장은 각종 규제에 발목 잡혀 재개발보다 사업이 늦어질 가능성이 크다.

안장원 기자

◆도시재정비촉진사업=정부가 낡은 도심 주거지를 50만㎡ 이상 단위로 묶어 계획적으로 개발하는 사업. 개별적으로 재개발·재건축이 진행되면서 빚어진 난개발을 막기 위해 도시재정비촉진특별법을 만들어 지난해 7월 도입했다. 이 사업에는 용적률 등 건축규제 완화, 우수학교 유치 지원 등의 인센티브가 주어진다. 서울시가 추진해 온 뉴타운사업보다 광역적이고 체계적인 개발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