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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ose-up] 세계적 도자기회사 '웨지우드' 이끄는 토머스 웨지우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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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영국 왕실의 도자기를 248년째 만들어온 웨지우드가(家)의 8세손 토머스 웨지우드(38·사진)는 명품의 조건을 ‘역사 속에서 축적된 이야기’라고 정의했다. “웨지우드는 긴 역사와 품질, 그리고 품질을 지키기 위한 철학을 담은 스토리가 사람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 내려오면서 저절로 명품이 됐다”는 것이다. 2000만원대 찻잔과 주전자 세트를 출시하면서 한국을 찾은 그를 만나 웨지우드가의 명품 철학에 대해 들었다. 그는 웨지우드의 일본법인장과 브랜드 대사를 맡고 있다.

-웨지우드의 스토리란 무엇인가.

“웨지우드는 영국 도자기의 역사다. 도자기는 원래 중국에서 수입된 사치품이었다. 웨지우드는 이를 영국의 문화와 전통을 가미해 제조했고, 세계의 식탁을 점령했다. 영국에서 최초로 흰색이 아닌 크림색 도자기를 만들었고, 유약 대신 산화물을 첨가해 색을 낸 도자기 ‘재스퍼’를 개발하기도 했다. 창립자 조시아 웨지우드는 ‘여왕의 도공’이라는 호칭을 얻을 정도로 왕실의 사랑을 받았다. 1770년대 러시아 예카테리나 여제에게 납품했던 도자기는 지금 대영박물관에 전시돼 있다.

-8대째 가업이 이어지고 있는데.

“대대로 사업에 참여하지 않은 자손들이 없다. 할아버지까지는 6대째 장인으로 활동하며 웨지우드를 지켰다. 아버지와 나는 경영자로 활동하고 있다. 가업을 이으라는 강요는 없었지만,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열정을 보며 나도 책임감을 느꼈다.”

-장수할 수 있었던 비결은.

“세계대전과 대공황 등 어려운 시기를 겪었지만, 한결같이 품질을 지켜왔다. 전 과정이 손으로 처리되는 프레스티지 라인을 다루는 장인은 불과 40여 명이다. 모두 30년 이상 기술을 익힌 베테랑이다. ‘재스퍼’는 생산 비법이 200년째 일부 장인에게만 전수된다 .”

-최근 중국에 진출했는데.

“우리는 영국 문화를 표현하는 브랜드다. 중국의 신흥 부자들은 유럽식 생활방식에 관심이 크다. 300여 년 전 영국인들이 중국 도자기를 모방했지만, 이젠 서양의 도자기가 동양으로 진출한다.”

-일본에서 연 매출은 1000억원대인데, 한국에선 연매출 50억원을 못 넘고 있다.

“일본은 차 문화가 워낙 발달하기도 했고, 영국 문화에 대한 동경심이 있는 것 같다. 한국은 예전부터 도자기 산업이 발달한 나라여서인지 영국 도자기에 감탄하지 않는 것 같다(웃음). 이번 출시를 계기로 공격적으로 영업하게 될 것이다.”

-경쟁 상대로 생각하는 명품 브랜드는.

“애플과 에르메스, 아웃도어 브랜드 파타고니아의 정신을 좋아한다. 애플은 혁신의 상징이고, 에르메스는 장인 정신을 가장 잘 지켜온 브랜드다. 파타고니아는 친환경 생산을 앞서 실천하며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이다.”

임미진 기자

◆웨지우드=1759년 영국 맨체스터 근교 도자기 가마에서 출발해 ‘왕실 도자기’로 성장했다. 왕실의 납품 주문을 기다리지 않고 직접 신제품을 개발, 왕실에 선보이며 화제를 만들어냈다. 지난해 70여 개국에서 도자기를 팔아 756만 유로(약 99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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