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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산부, 발부터 관리하라!

중앙일보

입력

서울 서초구 잠원동에 사는 오씨(30)는 임신 7개월의 임산부다. 임신 후반기에 접어들면서 급격하게 체중이 늘어나 종종 발과 발목이 부어오르곤 한다. 아직은 직장에 다니는 터라 맘 편히 휴식 시간을 갖기도 어려운 처지. 걱정스러운 마음에 근처 산부인과를 찾으니 부종이라는 진단을 내렸다. 병원에서는 볼이 너무 좁거나 사이즈가 딱 맞는 신발보다는 다소 넉넉한 신발을 신고, 맵고 짠 음식, 밤늦은 시간의 야식 등을 피해야 한다는 얘기를 들려준다.
이 외에도 임산부가 알아야 할 몇 가지 상식과 주의해야 할 점, 그리고 걷기 운동 요법 등에 대해서도 다음과 같은 교육을 받았다.

발질환의 원인은 급격한 체중증가

부종 : 임신으로 체중이 늘면 걸음걸이가 옆으로 넓어지고 발의 체중 부하 지점이 앞쪽으로 바뀌는 데 이로 인해 발과 무릎에 많은 부담이 가중된다. 또 임신 후반이게 접어들면 자궁이 커지면서 골반과 다리의 혈관을 압박하게 된다. 이 때문에 임산부들에게는 부종 증세가 자주 나타난다. 손이나 얼굴이 붓는 경우에는 간혹 임신성 고혈압의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의사와 상담이 필요하다. 부종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부어있는 다리를 가능한 높게 들어올린 자세로 앉거나 누워 휴식을 취하는 게 도움이 된다. 특히 장시간 앉아있어야 하는 경우에는 발판을 두고 발을 수시로 올려주는 것이 좋다.

족저근막염 : 체중이 급격하게 늘었거나 비만인 환자, 오래 서 있는 직업의 사람들에게 흔히 나타나는 족저근막염도 임산부들이 주의해야 할 질환 중의 하나다. 족저근막은 발뒤꿈치 뼈에서부터 발 앞부분의 발가락까지의 부위를 가리키는데, 걸을 때 스프링 역할을 하여 발이 받는 충격을 흡수하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족저근막염은 이러한 족저근막이 붓는 염증성 질환을 가리킨다. 아침에 자고 일어났을 때 발바닥의 아치 뒷부분이 끊어질 듯 아프거나, 의자에 앉았다가 일어날 때 갑자기 심한 통증이 느껴진다면 족저근막염을 의심해 봐야 한다. 아킬레스건을 늘리는 운동이나 물리 치료 등으로 증상이 완화될 수 있다.

근육경련 : 임신 후기에 나타나는 증상으로 다리를 쭉 뻗거나 잠자리 들려고 누웠을 때 갑자기 장딴지나 넓적다리의 근육에 경련이 일어나는 경우가 있다. 이럴 때는 잠들기 전 가벼운 마사지를 해주거나 발을 따뜻하게 보호해주면 도움이 된다.

굽이 낮은 신발이면 다 된다? 아니다!

임산부들이 앞 코가 지나치게 뾰족한 하이힐이나 굽이 높은 신발을 피해야 한다는 것은 상식. 그러나 단순히 굽이 낮은 신발이면 무조건 오케이인 것도 아니다.
굽이 낮아 편하다는 이유로 최근에 널리 유행하는 플랫슈즈는 충격을 흡수하는 쿠션이 너무 없어 오히려 발바닥에 무리를 가하기 쉽다. 임산부는 신발바닥에 쿠션이 있어 푹신한 느낌을 주는 신발을 신도록 해야 한다. 또 굽이 부드러운 재질로 된 신발을 택하되 발꿈치 부분이 탄탄해 발목 부위를 잘 지지해주는 신발을 고르는 게 좋다. 신발크기는 조금 넉넉해서 발가락 부분에 약간의 공간이 있는 것이 발을 편안하게 만든다. 임신 중에는 보통 발이 잘 부으므로 평소 신던 신발 사이즈보다 약간 큰 (1/2사이즈~1사이즈 정도) 신발이 편하고 몸을 안정감 있게 받쳐줄 수 있는 뒤축이 넓은 신발이 좋다.

임신 중엔 규칙적인 운동, 특히 걷기운동이 좋다!

걷기운동은 임산부들이 큰 부담 없이 할 수 있는 좋은 운동이다. 임신 중 특별한 합병증이 없는 임산부들은 규칙적으로 하루 30분 정도의 운동을 하는 것이 좋다. 가벼운 산책이나 수영, 수중 에어로빅 등 운동은 임신으로 인해 늘어날 근육, 관절, 인대의 긴장을 견디도록 도와준다. 더불어 심폐부담을 덜어주고 변비나 요통도 줄여주며 순산은 물론, 산후의 빠른 회복을 도울 수 있다. 또한 걷기운동은 스트레스를 줄이고 우울증 등을 완화시키는 등 심리적, 정서적인 안정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
물론 삼가야 할 경우도 있다. 조기진통의 위험요인이 있거나 자궁 내 태아발육지연이 의심되는 등의 산모는 신체활동을 줄여야 한다. 임신 6개월 이후에는 관절에 무리가 가거나 복부 압박을 일으킬 수 있는 동작은 피하도록 한다. 직장생활을 하는 여성은 오래 서서 근무하지 않도록 해야 하며, 무거운 물건을 들거나 배에 진동이나 충격을 줄 수 있는 일은 피한다.

무엇보다 임신 중 바른 자세가 중요하다!

배가 부르면 서 있거나 앉아 있을 때 무게중심이 달라지므로 몸의 균형을 잘 유지하면서 바르고 편한 자세를 가지는 것이 임신 중에 잘 생기는 요통이나 골반통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 서있을 때의 바른 자세
서 있을 때는 부른 배 때문에 무게중심이 앞으로 치우치게 되므로 머리를 조금 들고 어깨를 조금 뒤로 펴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면서 배 근육으로 배를 지탱하는 것처럼 하면 배의 근육이 많이 늘어나지 않아 좋다. 무릎은 너무 곧게 펴지 말고 살짝 굽히는 듯하게 해주면 긴장도 풀어지고 몸의 무게중심도 조금 뒤로 가게 된다. 어깨를 앞으로 둥글게 하거나 허리를 굽히면 무게중심이 더욱 앞쪽으로 가서 등의 근육과 허리에 부담이 많이 가게 되어 좋지 않다. 장시간 서 있는 일이 있을 때에는 무게중심을 두 발에 번갈아 이용함으로써 피로를 덜 수 있다.

▣ 앉아 있을 때의 바른 자세
수면시간 외의 깨어 있는 시간 동안은 앉는 시간이 많으므로 바른 자세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가능하면 다리를 높이고 앉는 것이 좋고 자주 일어나 몸을 펴고(기지개를 하는 것같이) 걷는 것이 좋다. 의자에 편히 앉을 때는 엉덩이를 조금 앞으로 하고 등은 뒤로 젖혀서 기대어 몸의 무게중심이 앞과 뒤의 균형을 이루도록 하는 것이 좋다. 책상에서 일할 때에는 엉덩이를 깊숙이 밀어 넣고 허리는 일직선을 유지하면서 조금 앞쪽으로 향하도록 하면 힘이 엉덩이 전체에 분산되어 편안하다. 바닥에 앉을 때는 책상다리를 하고 다리를 겹치지 않도록 하는데, 그래도 허리에 힘이 들어가므로 되도록 허리를 기대는 것이 좋다.

▣ 누워있을 때의 바른 자세
엎드려 있으면 자궁이나 태아가 눌릴까 봐 그렇게 하지 못하는 임신부도 있는데, 임신초기에는 골반 내부에 비교적 상당한 공간이 있으므로 큰 상관은 없다. 태아가 성장함에 따라 자궁이 커지면서 누울 때도 불편해지는데, 이때는 왼쪽 옆으로 눕는 자세가 바람직하다. 배가 부를 때 너무 반듯이 누우면 등뼈 옆으로 지나가는 대정맥이 눌려서 혈압이 떨어지거나 자궁 내의 혈액순환이 잘 안 될 위험이 있으므로 옆으로 눕는 것이 좋다.

이런 음식은 꼭 섭취하라!

임신을 하게 되면 가족들은 많이 먹고 최대한 누워서 생활하는 것을 임산부에 대한 배려로 여기는데, 이보다는 편안한 마음으로 적당히 먹고 적절한 신체활동과 규칙적인 일상생활을 잘 유지하는 것이 더 도움이 된다.

임신 중 추가적으로 필요로 하는 에너지는 임신 5개월까지 1일 약 150kcal, 임신 6개월 이후에는 1일 약 350kcal정도다. 150kcal는 우유 한 팩보다 조금 더 나가는 열량이므로, 임신했다고 해서 무조건 평소보다 많이 먹을 필요는 없다.
임신중반기부터는 등 푸른 생선, 어패류나 살코기 등 좋은 단백질 섭취를 늘리고 우유 한잔 정도를 더 먹는 정도라면 필요한 에너지를 충분히 보충할 수 있다. 특히 이 시기에는 태아 장기 성장과 뇌의 발달에 중요한 단백질을 신경 써서 챙겨먹도록 한다. 싱싱한 채소와 과일 등을 통해 비타민과 미네랄을 충분히 섭취할 필요도 있다.
만약 쌍둥이를 임신했다면 비타민과 무기질이 든 산모용 영양제를 섭취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골고루 잘 먹는 건강한 산모는 임신 5개월부터 철분제만 보충해도 무방하다.
간혹 임신 중 허기를 많이 느끼는 경우도 있는데, 포만감을 주면서도 열량이 낮은 음식을 먹는 것이 체중을 유지하는데 도움이 된다. 또한 첨가물이 들어있거나 인스턴트식품, 기름지거나 짠 음식은 피한다. 무엇보다 폭식은 삼가고 규칙적인 식사습관을 갖도록 노력해야 한다.

Tip. 임산부의 6가지 식사 수칙

1. 정상적인 체중증가가 되도록 한다.
2. 열량과 단백질을 비롯한 영양소를 골고루 섭취한다
3. 칼슘의 섭취를 위해 우유를 하루에 2컵 이상 마신다
4. 임신 20∼24주부터는 주치의와 상의하여 철분과 엽산(비타민의 일종)보충제를 복용하도록 한다
5. 카페인(커피, 홍차, 녹차, 초콜릿, 코코아, 콜라)은 피하도록 한다.
6. 술, 담배는 금한다.

도움말=포천중문 의과대학교 강남차병원 산부인과 한원보 교수

객원기자 최경애 doongjee@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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