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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마을 한우식당 "대박났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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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한우 사육 농민들로 구성된 예천 지보참우 작목반이 소비자와 직거래하는 정육점과 식당을 운영해 성공을 거두고 있다. 3일 낮 식당은 손님들로 만원을 이루었다. [프리랜서 공정식]

3일 낮 예천군 지보면 지보초등학교 앞. 주차원이 밀려드는 차량을 정리하느라 쉴 틈이 없다. 교문 앞 지보참우마을 식당과 정육점을 찾은 사람들 때문이다. 식당은 손님으로 가득하다. 정의택(35)씨는 “소고기가 싸고 맛있다는 말을 듣고 대구에서 왔다”며 “이렇게 붐빌 줄 몰랐다”고 말했다.

2001년 구성된 지보참우 작목반이 식당·정육점(이하 식육식당)을 운영해 성공을 거두고 있다. 차로 대구에서 1시간 20분, 안동·구미에서 1시간 걸리고 인근에 유명 관광지도 없지만 식당 4곳이 평일 600여 명, 주말 2000여 명을 불러모은다. 도내 처음으로 유통업자가 아닌 생산자단체가 식육식당을 운영해 성공을 거두고 있는 것이다.

◆FTA 이기려고 시작=농민 21명이 한우 800여 마리를 키우는 지보참우 작목반은 2006년 12월말 소 한두 마리씩을 갹출해 종자돈 1억2000만 원으로 땅을 사고 식육식당(198㎡)을 차렸다. 한미 FTA(자유무역협정)로 미국 소고기가 들어와도 소비자와 직거래로 고기 값을 낮추면 소를 안정적으로 팔 수 있다며 낸 아이디어다. 작목반은 거세 수소를 친환경사료인 생균제 등으로 30개월 키워 지보참우로 팔고 있다.

반원 최병용(44)씨는 “횟감을 사서 초장 값을 주고 식당에서 먹는 데 착안해 소고기를 정육점에서 싸게 사서 식당에서 구워 먹을 수 있게 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우가 비싼 건 유통 마진 때문”이라며 “농가에서 600만 원에 구입한 소 한 마리가 백화점에서 1100만 원, 식당에서 2200만 원에 팔린다”고 말했다.

작목반은 한우 3만4000여 마리를 사육 중인 예천에서 서울 가락동 공판장 가격으로 소를 구입, 도축해 판다. 농민은 외지에 소를 팔지 않아 가만히 앉아서 운송·인건비를 건지는 것이다.

◆박리다매가 비결=이곳 정육점에서는 600g 기준 불고기 1만2000원, 등심·안심 2만7000원, 갈비살·안창살 3만5000원 등에 판다. 식당에서는 소고기 600g에 수수료 8000원을 내면 구워 먹을 수 있다. 수수료는 채소와 밑반찬 값에 인건비를 더한 것이다. 갈비살 600g을 4명이 먹을 경우 4만3000원이 들어 1인당 1만750원이면 된다. 도시에서는 갈비살 1인분(120g)을 2만원 안팎에 판다. 지보참우는 도시 식당의 절반 수준, 삼겹살보다 조금 비싼 셈이다.

반원들은 소고기 600g에 1000원, 식당에서 600g에 2000원의 이문을 붙인다. 박리다매 전략이다. 김경연(53) 작목반장은 “한우를 안정적으로 제값에 팔려는 것이지 큰 돈을 벌려는 건 아니다”고 강조했다.

소문이 나면서 손님이 몰리자 작목반은 인근에 식당 3개를 더 냈다. 이곳에서 작목반원과 부인 등 10여 명은 일당을 받고 일한다. 개인 사업자도 인근에 식당 3개를 냈다.

작목반이 잡는 소는 한 달 60여 마리, 매출 5억 원에 이른다. 한마리 잡을 때마다 35만원의 이익이 생겨 한달에 적어도 2000만 원을 번다. 지금까지 총 수익은 1억5000여만 원. 비수기인 8월엔 지보참우 축제를 열고 남은 1억여 원을 비축해 두고 있다. 내년에 대형 정육점을 추가로 내는 등 안정적인 소 생산·판매에 쓰기 위해서다.

작목반은 외부의 요청에도 수입 소고기 등을 섞어 파는 걸 우려해 분점을 내지 않고 있다. 대신 구미·안동 등지에 종업원을 둔 직영점을 운영 중이다. 이 작목반의 성공으로 경북에는 유사한 식육식당이 크게 늘고 있다.

황선윤 기자, 사진=프리랜서 공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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