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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BBK 문제 있다면 대통령 직 걸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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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는 5일 자신의 BBK 연루 의혹을 두고 "대통령이 되더라도 BBK와 관련해 문제가 있다면 직(職)을 걸고 책임지겠다"며 "무한책임을 지겠다"고 말했다.

서울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그는 "대통령도 문제가 있으면 사직하도록 법을 바꿔야 한다. 그래야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당선되는 걸 막을 수 있다"며 이렇게 얘기했다.

이 후보는 이날 오전 7시30분부터 2시간 동안 여러 '얼굴'을 보여줬다.

잦은 말실수에 대해 "대통령의 품격에 맞는 언행을 다듬어 가겠다"고 말했고, 부인 김윤옥씨의 명품 에르메스 가방 논란이 나오자 "잘못됐다. 앞으로 그런 일 없을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사위들이 가방)선물 대신 현금을 줬더라면…"이라고 농담해 웃음을 자아냈고,"권력이 아무리 대못을 박아도 언론의 문을 닫지 못한다"는 의지도 드러냈다. 다음은 주요 일문일답.

◆"금산분리 완화는 재벌 위한 게 아니다"

-대입 자율화한다면서 본고사 부활 안 된다고 보는 건 모순 아닌가.

"대학의 입시 자율화가 본고사 복원이란 등식은 성립될 수 없다. 입시 자율권을 줬다고 30년 전 본고사로 돌아갈 대학은 없다고 본다."

-금산분리(산업자본의 은행업 금지)를 완화하자는 입장인데.

"지금처럼 해놓으면 은행을 정부가 갖든지, 외국 자본에 주든지 두 가지 길밖에 없다. 외환은행을 론스타가 먹는 일이 벌어질 수밖에 없다.

우리 연기금이 수백조원인데 전부 채권만 산다. 이런 자금이 금융 쪽으로 들어오게 해야 한다. 중소기업 컨소시엄도 은행을 할 수 있다. 재벌을 위한 정책이 아니다. 4대 재벌이 하겠다면 좀 불이익을 줄 수 있다."

◆"대선 앞두고 온다니 정치적으로 의심"

-김경준씨가 미묘한 시기에 들어온다.

"매우 간단한 범죄 행위인데 정치적으로 굉장히 복잡해져서 나도 복잡해졌다. 한국에서 재판받아야 한다고 2년 반 동안 김씨 송환을 독려했었다. 대선을 앞두고 들어오겠다니 정치적 의심을 한다. 범죄인 하나 놓고 선거 전략에 득을 보겠다는데 한국 정치가 너무 낮은 수준이다. 검찰이 매우 공정하게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대통합민주신당은 이 후보가 BBK 사건에 연루됐다고 주장한다.

"주가 조작 피해자가 5000여 명이 되는데 나한테는 한 건도 이의 거는 사람이 없다. 금융감독원.검찰에서도 밝혀졌다."

-대선 전 관련성이 드러나면 후보직을 사퇴하겠나.

"국세청이 내 주위 사람 97명을 수백회 조사했다. 그 정도 조사했는데 이만큼 나오면 내가 삶을 제대로 살았다는 뜻이 된다. 내가 노 대통령에게 김해 집짓는 것을 누가 지어줬다 카더라 하면 되겠는가. 내가 무엇이 답답해 주가 조작하는 데 끼어들었겠는가."

-말실수가 잦다는 평이다.

"그렇게 보였다는 점에서 나 스스로 많은 걸 주의하고 있다. 대통령 품격에 맞는 언행으로 다듬어 나가겠다."

◆"북한 빵만큼 인권도 급해"

-경제.자원.실리외교만 강조한다.

"21세기 외교가 경제외교, 자원외교에 비중이 있다는 뜻이지 전적으로 그런 뜻은 아니다. 우리 사회에 정치밖에 없어서 경제 얘기를 해야 한다고 봤다."

-현 정부는 북한 인권문제를 거론하지 않았다.

"대한민국 100달러 시대에 선진국들이 우리 인권문제를 많이 지적했다. 북한 주민에겐 빵도 필요하지만 자유.인권이 더 급박할는지 모른다. 북한 주민의 자유권.행복권을 다루는 게 빠르지 않다는 확고한 생각이 있다."

-2012년 시작될 전시작전통제권 이양에 대해 추가협상이 가능하다는 듯이 말했다.

"원천적으로 재수정하는 건 외교적으로 쉬운 문제가 아니다. 남북 관계와 동북아 정세를 봐가며 2012년으로 놔둘지,그 이후로 연장할지 보자는 것이다."

◆"노 정권 장점 찾기 힘들다"

-한나라당이 집권하면 부정부패가 재연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있다.

"당에 들어와 보니 오명을 벗기 위한 변화 노력을 꾸준히 해왔다는 흔적을 볼 수 있다. 이번 선거를 치르면서 이미지가 많이 변할 것이라고 기대한다."

-권력구조 개편을 위한 개헌이 필요하다고 보나.

"헌법 개정은 매우 신중해야 한다. 또 기존 헌법을 잘 준수하는 지도자도 필요하다. 권력 구조만 갖고 헌법 개정하는 것보다 21세기 맞게 남녀 동등권이나 환경문제 등을 함께 검토해야 한다고 본다."

-노무현 정부가 했던 일 중 긍정 평가하는 것은.

"장점은 굉장히 힘들게 찾아야 할 것 같다. 이 말도 조심해서 해야 한다. 제가 (청와대의)피고발인이 돼 있기 때문에…. 노 대통령이 4년간 큰 교훈을 줬다고 생각한다."

고정애.이종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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