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후된 전산화 稅政비리 온상-지방稅 관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뇌물을 받은 정도가 아니라 납부된 세금 자체를 가로챈 상상을초월한 범법으로 납세자들을 분노케 하고있는 인천북구청 세무직원들의 비리는 낙후된 지방세정에서 구조적으로 예비되어 있었다.
지방세수(稅收)는 매년 덩치가 커지고 있는데 지방세정(稅政)의 전산화.전문화는 10년전 수준에서 제자리 걸음을 하고있기 때문이다.
일부 지역에서는 手작업으로 세금고지서를 발급하다보니 누구에게얼마를 부과했는지도 정확히 사후관리되지않고 일부 세금은 은행아닌 세무과에서 직접 받다 보니 비리의 소지가 원천적으로 터잡고있는 것이다.
세액의 확정.부과.징수.수납.체납독촉.사후감사에 이르는 일련의 과정마다 허점이 드러나 이런 상태로 어떻게 행정을 해왔는지의심스러운 상태다.첫 단계인 세금부과의 일부가 전산입력없이 이루어져 그 이후의 추적점검은 아예 포기된 상태에 서 이 구멍을1백%악용한 일선 하급공무원의 공직윤리 실종이 인천사건을 불러왔다.내무부에 따르면 전국 2백78개 시.군.구 가운데 지방세정의 전산화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은 곳은 72곳이나 된다.이천.강릉.충주.김제.구례.밀양등이 그 런 지역이며 전북.전남.강원도가 특히 전산화가 더딘 상태다.
〈표참조〉 나머지 2백6개 시.군.구 가운데 主전산기를 갖추고 종합적인 전산화가 되어있는 곳은 22곳에 불과하고 1백84곳은 퍼스널컴퓨터로 전산작업을 하고 있다.
그러나 전산화가 되어 있다는 2백6곳도 대부분 부분적인 전산화일 뿐이다.이번에 비리사건이 터진 인천북구청도 내무부 통계에는 전산화된 구청으로 분류되어 있으나 등록세등 일부 세목은 전산화가 안돼있어 바로 이 부분에서 비리가 터졌다.
전산화를 했다는 시.군.구도 상당수가 재산세.종토세등 정기부과분만 되어있을 뿐 등록세.취득세 같은 거래가 있을 때 부과되는 수시분 세금은 전산화가 안돼 있다.문제는 이 등록세.취득세가 지방세 세수의 48%를 차지한다는 데서 더 커 진다.
인천북구청같은 경우 취득세는 전산화돼 있으나 횡령을 하고자할때는 手작업을 했음이 내무부 조사에서 확인돼 하위공직자들의 구조화된 비리 형태를 드러내고 있다.
구청마다 연간 수십만장인 은행의 영수필통지서와 수납부를 대조하는 것이 불가능한 만큼 수납이 전산화돼있지 않다는 것은 돈을쉽사리 빼먹을 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
웬만큼 전산화가 돼 큰 구멍은 없는 것으로 보이는 지역은 서울.부산(일부 구청).고양시.부천시뿐인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국세를 거두는 국세청의 경우는 10년전쯤부터 어느 정도 전산화가 돼있는데 지방세가 이처럼 낙후된 것은 중앙정부의 지원이 전무했던 탓도 있다.내무부 관계자는『각 지방의 살림용 세금징수인 만큼 중앙정부가 지원할 명분이 없다』며『主전산 기를 갖춘 전산화의 경우 시.군.구당 3억원이상을 투자해야하나 정부가 도와주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세무직의 전문화등 체계적인 인사관리가 안돼온 점도 문제다.
한 자리에서 10여년씩 근무하게하는 행태는 지방세의 시효가 5년인 만큼 3년 간격 순환방식으로 시정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와 함께 추진돼야 할것은 전문화다.내무부는 지난해에야 비로소 세무의 전문직화에 들어갔으나 현재 전문직의 비율은 28%에그치고 있다.
겉하기식인 감사 역시 전면 보완.강화돼야 한다.
각 시.군.구 세무과는 석달이 멀다하고 각종 감사를 받고있지만 인천같은 구조적 비리는 감사에서 밝혀내지 못했다.
서울대 오연천(吳然天)교수는『그동안 지방자치단체장들이 임기동안 사고만 안내면 된다는 생각으로 세수확보나 세정의 현대화에 거의 신경을 써주지않아 이런 문제가 생겼다』며『단체장들이 세정에 투자해주고 감시체제를 강화하는등 노력을 해야 개선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金 日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