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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사회의 역사뿐만 아니라 험난했던 현대사 새롭게 조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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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검열필’이 새겨진 ‘고대신문(1980년 3월 25일자)’. 계엄사령부에서 검열했다는 뜻이다.

‘고대신문’이 3일로 창간 60주년을 맞는다. 국내 최초의 대학신문으로 1947년 11월 3일 첫 선을 보였다. 이를 기념해 고대신문에 비친 지난 60년간 우리 사회와 대학의 세태를 한눈에 살펴보는 특별전이 마련됐다. 고대신문사와 고대신문동인회 주최로 2일 부터 12월 30일까지 고려대박물관에서 열리는 ‘지축박차 천지흔들’전이다. 이 전시회 제목은 고대신문 사호(社號)에서 뽑았다. ‘지축(地軸)을 박차고 천지를 흔든다’는 의미로 고대신문 기자의 이상과 포부를 담고 있다.

젊음의 이상이 현실의 벽에 부딛친 흔적들을 전시회 곳곳에서 만나 볼 수 있다. 군사정권의 검열 흔적이 그대로 남아있는 교정본, 4·19혁명과 한일회담 반대투쟁 등을 선도했던 기사들, 세태풍자의 백미를 보여주는 만화와 만평, 고대신문사가 62년 시작해 크게 화제를 모은 ‘역사상 인물 가상재판’ 관련 자료 등을 한자리에 모아 놓았다.

지면의 중간에 ‘달려라 호랑이!’ ‘자유! 너, 영원한 활화산이여’ ‘자유 정의 진리’ 등이 들어있는 것은 검열로 인해 그 부분의 기사내용이 삭제된 흔적. ‘전면군검필(全面軍檢畢)’은 군대에서 전면을 검열했다는 뜻이다.

이승만 대통령의 정치 행각을 비판해 필자와 편집국장이 경찰서에 연행돼 대학신문 최초의 필화사건으로 기록된 이상은 교수의 ‘원세개와 중화민국’ 투고문(1952년 7월 12일자), 졸속 추진된 국보급 문화재의 해외전시를 비판해 무기정간 처분을 받은 기사(1952년 11월 5일자), 4·19혁명을 촉발한 ‘행동성이 결여된 기형적 지식인 거부한다’는 제목의 사설(1960년 4월 2일자) 등도 함께 전시된다.

70년대 초반 고대신문 기자를 지냈던 최광식 고려대박물관장은 “대학 사회의 역사뿐만 아니라 험난했던 우리 현대사의 변화상을 새롭게 조망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배영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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