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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구멍 뚫린 지방세정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세금 수납행정에 구멍이 크게 뚫려 있다.경찰은 최근 仁川북구청의 93년도 상반기분 취득세 영수증에 대한 정밀 대조작업을 펴 공무원들이 가짜 은행도장을 만들어 세금을 낸 것처럼 영수증을 떼주고 수억원을 뇌물로 받아온 사실을 적발해 냈다.이에 따라 수사가 확대되자 구청에 보관돼 있어야 할 91~92년 취득세및 등록세 영수증철이 통째로 증발돼 버렸다.현재로선 증거인멸을 위한 계획적인 일임에 틀림없어 보인다.
지난해 국민이 낸 세금중 양여.교부금을 제외한 순수한 지방세의 비중만 해도 전체의 21.6%에 이른다.지방화시대를 맞아 지방세의 비중과 규모는 갈수록 커질 것이 분명하다.지방자치단체마다 지방재정 확충을 위해 국세를 지방세로 더 많 이 넘겨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관광세다,컨테이너세다,수자원세다 하는 생소한지방세의 신설논의까지 무성한 판이다.그런데 稅政이 이 모양이어서야 어떻게 믿고 세금을 내겠는가.
한 區廳의 例만 보고 전체 지방稅政이 엉망이라고 단순히 확대해석할 수는 물론 없다.그러나 이런 사건을 접하는 국민들로서는한 구청의 半期分,그것도 13개 地方稅目중 취득세 하나만 봤는데도 이 지경이니 전국적으로 장기간,갖가지 세목 에서 오간 세금납부와 관련한 뇌물수수와 이로 인한 稅收손실이 어느 정도였겠는가 하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다.稅政의 신뢰회복을 위해서라도 보다 광범하고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
이와 함께 이런 부조리를 막을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이번 사건도 방대한 업무량 때문에 사실상 영수증 확인이 불가능한 제도상의 허점을 이용한 것이었다.수납업무의 電算化와 稅目別 수납관리체계의 개선이 요구된다.
그러나 역시 근본적인 것은 일선 공무원들의 의식이다.몇달전 감사원은 지방행정기관들이 이미 전산화된 과세자료조차 제대로 활용치 않아 수십억원의 지방세를 課稅누락시킨 사실을 적발한 바 있다.이런 자세로는 전산화나 제도개선도 자칫 예산 과 인력.시간낭비로 끝날 우려가 있다.제도개선은 의식개혁이 수반될 때 비로소 효과가 있음을 명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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