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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리베이트 제약사 10곳에 199억 과징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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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병원과 약국 등에 약품 공급 대가로 각종 사례비(리베이트)를 제공한 제약사들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1일 한미약품.유한양행 등 10개 제약사의 부당 판촉행위를 적발하고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총 199억7000만원을 부과했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녹십자.중외제약 등 매출액 상위 5개 업체는 검찰에 고발했다.

공정위는 국세청에 이들 업체에 대한 세무조사를 요청하는 한편, 의료법.약사법 위반 여부를 가리기 위해 보건복지부.국민건강보험공단에도 법 위반 사실을 통보했다. 정부와 검찰이 병.의원의 리베이트 관행에 전방위 단속에 나설 경우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제약사들의 리베이트 백태=2003년 3월 ○○학회 소속 의사 59명과 가족들은 1박2일로 골프.바다낚시.꿩사냥을 즐겼다. 경비 1억2000만원은 한미약품이 제공했다. 당시 이 회사는 관절염 치료제 판매촉진 기간이었고 월 500만원 이상의 약품을 구매하는 병원에 관광 비용을 지원했다.

공정위 조사 결과 10개 제약사는 병.의원들에 약품 판매를 늘리기 위해 다양한 사례비를 제공했다. 동아제약은 1000만원짜리 골다공증 검사기계를 지원했고, 유한양행은 대형 병원에 1억5000만원짜리 약 자동포장기를 제공했다.

한국BMS제약은 1억여원을 들여 14명의 임상간호사를 파견했고, 녹십자.중외제약은 병원 이전 비용이나 리모델링비를 지원했다.

이 같은 방법으로 제공한 리베이트 자금은 총 5228억원에 달한다. 공정위는 "이들의 매출액과 국내 제약시장 규모를 감안할 때 제약사의 리베이트로 인한 소비자 피해는 2조1800억원에 달한다"고 추정했다. 이들은 영세 도매상에겐 자사 제품의 가격을 깎지 말고 지정 가격에만 판매토록 강요하는 등 횡포를 부려왔다고 공정위는 설명했다.

공정위 김병배 부위원장은 "국내 제약사의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R&D) 투자 비율은 4~5%로 선진국 제약업체(10~25%)보다 한참 모자란다"며 "그런 제약사들이 매출액의 20%가량을 리베이트로 사용하는 바람에 약가 인상으로 이어져 결국 소비자가 피해를 봤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이번 조사 결과 발표에 제외됐던 7개 제약사에 대한 제재 수위도 추가로 발표할 계획이다. 7개 제약사는 GSK.MSD.릴리.화이자.제일약품.대웅제약.오츠카 등이다.

◆병원으로 불똥 튀나=공정위 조사에서 불공정 행위의 직접 수혜자인 의료계를 제외한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제약업체들이 불법 영업을 위해 의료계에 거액을 지불했다면 이를 받은 의료계도 당연히 처벌해야 한다는 것이다.

공정위는 이미 대형 병원들의 '바가지 특진료' 실태 조사에 들어간 상태다. 공정위 고위 관계자는 "일단 리베이트를 받은 병원과 약국의 이름을 검찰에 통보해 수사를 받도록 할 방침"이라며 "리베이트를 받은 쪽을 거론 안 하는 것은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공정위 차원에서 리베이트를 받은 병원들에 대한 조사 방침을 강력히 시사한 것이다.

정부는 이번 조사를 계기로 의약품 유통 구조 개선을 위해 보건복지부.공정위를 중심으로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약가 제도 개선 ▶시판 후 조사(PMS) 제도 개선 ▶불법 리베이트 관행 근절 방안 등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손해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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