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지어 낸 우리 세금으로 연봉 2배나 올리다니 …" 무주 주민 분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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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전북 무주군의 주민들이 단단히 화가 났다. 의회 의원들이 주민들의 세금으로 받는 연봉을 기습적으로 두 배에 가까운 98.1%나 올렸기 때문이다. 현재 2120만원에서 4200만원을 받겠다는 것이다. 인상률도 전국에서 가장 높다.

공무원들도 어이없다는 표정이다. 전국 최하위권의 재정자립도에 공무원 인건비 챙기기도 힘든데 의원들 연봉마저 이렇게 오르면 살림살이가 더욱 빠듯해진다는 것이다.

◆주민들 "기가 막혀"=무주의 농민 이용운(55)씨는 "1년 내내 등이 휘도록 일해 봐야 1000만원을 손에 쥐기 힘든데, 농사지어 내는 세금으로 4000만원 넘는 돈을 받겠다니 기가 막힌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재우(63.축산업)씨는 "일년 회기가 150일에 불과한데 4200만원을 받게 되면 일당 28만원꼴이다. 이를 1년치로 환산하면 억대 연봉이 되는 것 아니냐"며 "의원들 대부분이 다른 직업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그렇게 많은 돈을 받는 것은 정말 양심에 부끄러운 짓"이라고 말했다.

무주군의 경우 주민의 60~70%가 농민이다. 이들은 인건비.농약값 등을 빼고 나면 순수입은 논 한 마지기에서 쌀 한 가마를 얻기도 힘든 형편이라는 것이다. 무주군에 따르면 농민들의 연평균 소득은 1000만~1200만원이다.

◆재정자립도 전국 최하위권=무주군의 재정자립도는 12.3%로 전국의 자치단체 중 최하위권에 속한다. 순수한 지방세 수입은 일년에 59억원으로 공무원들 인건비(244억원)의 30%도 충당하지 못할 정도다.

무주군의 한 공무원은 "주민 대다수가 현재의 의정비를 올릴 이유가 없다고 하는데도 두 배나 올린 것은 주민들의 의사를 철저히 무시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공공정책연구소가 지난달 중순 무주 군민 7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48.6%(340명)가 "의정비를 그대로 유지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현재의 의정비도 많으니 내려라"는 응답자도 20.1%(141명)나 됐다.

김용붕(64) 무주군사회단체협의회장은 "주민을 대신해 군정을 견제하라고 했더니, 자신들의 밥그릇 챙기기에만 급급하다"며 "주민소환제를 적용해서라도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무리한 의정비 인상에 대해 무주군 주민들은 적극적인 반대 투쟁을 펼칠 계획이다. 3일 애향운동본부.새마을회 등 50여 개 단체가 집회를 열고 의정비 인상 반대 캠페인에 나선다.

장대석.신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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