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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해군의 소말리아 북한 선박 구출작전 "북한이 긍정적으로 봤으면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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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아프리카 동부 소말리아 근해에서 북한 선박 대홍단호의 부상 선원들을 응급 치료하기 위해 미국 해군 구축함 제임스 E 윌리엄스 호의 의료팀이 지난달 30일 배에 오르고 있다. [소말리아 AP·AFP=연합뉴스]

의료팀이 응급 처치한 환자를 구축함의 진료실로 데려가기 위해 보트에 옮기는 모습을 위에서 촬영한 것. 소말리아 해적을 제압하는 과정에서 부상한 북한 선원 3명은 이날 미 구축함에서 치료를 받은 뒤 대홍단호에 복귀했다. [소말리아 AP·AFP=연합뉴스]

"소말리아 해역에서 미 해군이 북한 선박을 구출한 사건에 대해 북한에서 긍정적으로(positively) 봐줬으면 좋겠다."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 미국대사는 1일 서울대 국제문제연구소가 주관한 외교포럼 강연이 끝난 뒤 본지 기자와 따로 만나 이같이 말했다. 미 해군 구축함 제임스 윌리엄스호는 지난달 30일 아프리카 소말리아 해역에서 해적에게 피랍된 북한 선박 대홍단 호가 구조 신호를 보내자 헬기를 피랍 현장에 급파하고 50해리(海里.약 90㎞)를 기동해 구출 작전에 나섰다. 미군은 해적 제압 과정에서 부상한 북한 선원 3명을 윌리엄스호로 옮겨 치료하는 등 각별한 선의를 보여줬다.

-북한 선박 구출 사건은 어떤 의미가 있나.

"정치적 행동이라기보다는 인도주의적 성격이 더 강하다. (미 해군의 행동은)북한에서 긍정적으로 봐줬으면 하는 우리의 제스처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베트남을 벤치마킹하겠다고 말했다는데 어떻게 평가하나.

"베트남.중국.러시아.불가리아 등 북한이 따를 만한 개혁 모델은 여러 가지가 있다. 북한은 이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북한 선박 구출 사건에 대한 버시바우 대사의 이날 발언은 북.미관계 변화가 빠르게 호전되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미 정부의 분명한 의지를 말해주는 강한 신호로 풀이할 수 있다.

윌리엄스호의 구출작전은 북핵 협상 라인에서도 화제가 됐다.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은 지난달 31일 중국 베이징에서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차관보를 만나 핵 불능화 방안을 논의하는 자리에서 사의를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힐 차관보는 북한의 테러 지원국 명단 해제 문제에 대해 기자들 질문에 답변하던 중 "김 부상과 북한 선박 피랍 사건에 대해 논의했다"고 말했다고 미 국무부는 밝혔다.

외교안보연구원 최강 교수는 "비핵화를 매개로 벌어지고 있는 북.미 양국의 관계 개선 작업이 탄력을 받을 수 있는 사건"이라며 "미국의 대북 적대정책이 변화하고 있음을 행동으로 보여준 첫 사례라는 점에서 북한이 의미있게 해석해주길 기대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북한도 대미 관계 개선의 흐름을 놓치지 않고 있다. 김영일 내각총리는 농득마인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의 평양 방문 이후 열흘 만에 베트남을 찾아 개혁.개방의 현장을 돌아보며 베트남으로부터 대미 관계 정상화의 노하우를 배웠다.

베트남은 도이머이(개혁)정책을 실시한 지 9년 만인 1995년 미국과 수교한 이후 체제 안정과 경제발전을 꾀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베트남을 답방키로 약속한 상태다. 경제 재건과 미국을 향한 김 위원장의 절실한 관계 변화 의지를 방증하는 행보로 풀이된다.

정용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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