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오른 北美전문가회-베를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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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제네바 北美 3단계 고위급회담 합의에 따라 10일부터 베를린에서 열리는 北美 전문가회의는 북핵문제의 포괄적 해결을 위한 실무적.기술적 문제들을 토의하게 된다.
이번 회의에서는 특히 북핵문제 해결의 관건이 되고 있는▲경수로 지원문제▲흑연감속로를 대체할 에너지원 공급문제▲영변 5㎿ 원자로의 폐연료봉 처리문제등을 중점 논의하게 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이번 회의는 이처럼 북한핵문제의 해결을 위한「거의 모든」기술적.실무적 쟁점들이 정치적 고려를 배제한 상태에서 다뤄진다는데 의의를 부여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때문에 9일 현지에 도착한 미국대표단에는 국무부뿐 아니라국방부 관리나 핵전문가들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이 가운데 역시 회담 당사자들과 우리의 관심이 집중돼 있는 문제는 10일 첫날 회의에서 다뤄질 예정인 경수로 지원 문제라 할수 있다. 제네바회담에서 이 문제는 미국이 결정할 문제라며 미국에일임했던 북한이 최근 한국형은 안된다고 버티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이번 회의 장소가 베를린으로 결정된데다 과장급 실무회의인데도 북한에선 대외경제협력부 부위원장인 金正宇가 수석대표로 참석하고 있어 그간의 소문처럼 북한이 독일형 경수로에 관심을 두고 있는것이 아닌가 하는 추측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 베를린주재 북한이익대표부 관계자들도 이를 시인하기도 했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해 북한에 지원할 경수로가 독일형이 될가능성은 여전히 희박한 것으로 현지 관계자들은 분석하고 있다.
우선 독일형이 될 경우 과연 한국이 돈을 대겠느냐는 것이다.
한국의 재정지원이 없을 경우 對北 경수로 지원은 사실상 불가능한 상태다.또하나 현실적으로 독일형 경수로의 해외판매는 독일 대외경제법의 규제를 받는데다 경수로는 핵확산금지조 약(NPT)가입국에만 판매하도록 규정돼 있어 북한의 자격에 시비가 생길 소지도 있다.북한은 NPT탈퇴를 유보한 특수상태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국제원자력기구(IAEA)마저 탈퇴한 현상황에서 북한이 독일의 경수로를 수입할수 있는 NPT회 원국으로 보는데는 무리가 있다.따라서 북한이 독일 경수로를 끄집어 내 쟁점화하고 있는 것은 한국의 현 보수우파 분위기에 대한 반발과 미국외에 북한에 대한 경제지원 능력이 있는 것으로 판단되는 독일과의 관계개선 시도라는 양수겸장의 포 석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풀이다.
이번 회의에서는 또 현재 냉각수조에 보관중인 영변 5㎿ 원자로의 8천개 폐연료봉의 처리문제도 어떤 형태로든 결말이 날 것으로 보인다.
미국으로서는 현상태에서 폐연료봉의 수명을 연장하든지 아니면 건식보관방식을 지원하든지 이 문제를 해결,북한의 과거 핵문제를일단 마무리짓고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기를 희망하고 있다.
이에 대해 북한도 대체적으로 동조하는 분위기여서 큰 문제 없이결말이 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그러나 이번 회의가 과장급 실무회의이기 때문에 이러한 문제들에 대해 궁극적 결론을 낼수 있는 것은 아니다.이 회담에서의 합의 또는 결론들은 오는 23일 재개되는 제네바회담에 그대로 보고돼 최종 결론이 나는 중간결론이 되는 셈이다.
[베를린=劉載植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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