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대통령과 골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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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대통령의 골프와 정치 스타일이 너무 닮았다해서 화제다.근년의美國 대통령들은 카터를 제외하고 모두 골프를 즐겼다.골프로 휴가를 보낸 클린턴은「멀리건의 명수」로 불린다.
처음 잘못 친 것을 양해받고 또 한번 치는 것을 예사로 한다는 의미다.장기에서의 물리기나 같은 것이다.병역기피,법무장관 지명의 시행착오,의료개혁의 좌절등은 이 「멀리건의 정치적 연장」이라고 한다.
부시는「멀리건」을 마다하고 네시간 걸리는 18홀을 단 두시간에 에어로빅하듯 치닫는다.클린턴은 여섯시간이 걸린다.이리저리 재고,의논이 많고,우유부단하다.영락없는 그의 외교 스타일이다.
아이젠하워에게 골프는 공식 일과의 하나였다.재임 8년동안 8백회를,그것도 2백여회는 프로골프의 전당 조지아州의 오거스타에서 쳤다.週 두번꼴.
골프장 안에 전용숙소까지 두었다.
워터게이트의 닉슨은 골프에서도 점수를 자주 속였다.기록자가 누구냐에 따라 점수는 기복이 심했다.골프名人 샘 스니드의 회고담이다. 닉슨의 공이 고약한 나무숲속으로 들어갔다.
닉슨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공이 포물선을 그리며 빠져나왔다.
몰래 손으로 던진 것을 직감했지만 그는 모른 척했다.
레이건은 승마를 더 즐겼다.그러나 골프 나들이는 경호원 90명과 4백명의 기자가 따라붙는 영화로케였다.
골프실력은 케네디가 수준급이었지만 자주 치지 않았고 카메라를될수록 피했다.
뉴 프런티어를 의식,백악관 뒤뜰의 퍼팅 그린도 없앴다.부시는이를 다시 만들었다.
대통령들과 자주 어울렸던 코미디언 보브 호프는『대통령의 벙커샷(모래구덩이에서 공을 쳐내는)을 보면 그가 위기국면에 어떻게대처하는가를 짐작할 수 있다』고 했다.걸프전쟁은「사막의 폭풍작전」,소말리아는「사막의 희망작전」이었다.모두「모 래」와 인연이있다. 北韓과의 核협상 역시 클린턴에게는 또 하나의 벙커샷이다.韓美 외무장관의 공식 다짐에도 불구하고 미국 관변에서「私私로운 소리」들이 연방 흘러나온다.「남북한 관계 진전은 남북한이 알아서 할 문제다」「핵문제와 기계적 연결을 북한에 강요 할 수는 없지 않은가」「기름을 붓고 불을 댕기는 쪽은 한국이다」…「멀리건」의 낌새가 불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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