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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디오산책>요리사 도둑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3면

흡사 그림을 보는 듯한 그로테스크한 실험영상에 대칭과 상징주의적 화면구성,인간의 본능과 광기를 표현한 충격적이고 이단적 소재로 유명한 영국의 지성파 컬트영화감독 피터 그린어웨이의 작품이 국내처음으로 비디오로 소개된다.
『요리사.도둑.그의 아내,그리고 그녀의 정부』라는 이 영화는국내개봉이 두차례나 시도됐지만 괴기스런 정사신과 나체.식인장면등이 문제돼 공륜심의를 통과하지 못하다가 작품성을 이해한 공륜이 비디오발매는 허용한 것이다.90년 미국서도 수입불가판정을 받았다가 영화계의 반발로 간신히 제한상영이 허용된 작품이다.
소비사회를 은유한 이 영화는 줄거리부터 특이하다.거친 도둑이운영하는 식당에서 아름다운 그의 아내가 도서관 사서인 손님과 눈이 맞아 화장실.주방뒤.음식창고.정육운반차.도서관 등에서 관계를 갖는다.이를 눈치챈 도둑은 아내의 정부를 발가벗기고 그가늘 읽던『프랑스혁명사』책장에 피와 배설물을 묻힌채 입속에 집어넣어 질식사시킨다.
아내는 요리사에게 1만1천파운드를 주고 정부의 시체를 통째로요리해달라고 부탁한다.이 요리상을 받은 도둑은 권총을 든 아내의 요구대로 인육을 잘라 먹다 사살된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화면구성이다.범죄자가 운영하는 운동장만큼거대한 주방과 식당이 배경인데 표현주의 연극을 입체적으로 돌아보는 듯한 배경과 세트장치를 보여준다.시작과 끝에서는 막이 오르내린다.화면은 괴기스런 느낌의 색채와 광선사용 으로 흡사 인상파화가의 그림같다.정교하고 사실적인,그리고 정열에 찬 연기는고전연극을 보는 듯하다.음악은 관객의 마음을 지금껏 겪지 못한묘한 분위기로 이끈다.
성관계가 이뤄지는 화장실은 환한 흰색조명이 빛나지만 식당복도는 붉고 칙칙한 분위기다.음식조리 장면과 정사신이 번갈아가면서나오기도 한다.이런 대조적 화면배치속에 인간의 심성을 뒤흔들어놓는 인상적인 장면들이 펼쳐진다.
관객들은 짙은 물감이 종이에 배어나오는 듯한 조용한 영화전개를 무심코 보다가 어느새 엄청난 충격에 빠져있는 자신을 느끼게된다.드림박스 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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