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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여성화가모임 30캐럿 그룹미술에 새바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3면

그룹미술운동이 전반적인 퇴조를 보이는 가운데 30대 여성작가들로 구성된 「30캐럿」그룹이 미술계에서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그룹운동의 퇴조는 근래 미술시장이 확대되면서 그룹보다 작가개인의 활동폭이 한층 커진데다 비슷한 시기에 민중미술과 모더니즘미술과의 대립구도가 해체되면서 많은 작가들이 공동체의식을 상실하게 된 사실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을 것이 다.
30캐럿은 이같은 배경 속에서 홍익대 서양화과를 졸업한 김미경.박지숙.안미영.염주경.이승연.이현미.임미령.최은경.하민수.
하상림씨등 32~36세 사이의 작가 10명이 전업작가를 목표로지난해 4월 결성한 그룹이다.
이 그룹이 주목받고 있는 것은 그룹운동의 공백기라는 프리미엄탓도 있지만 보다 정확하게는 미술계의 새 이슈로 떠오른 페미니즘에 독특한 방법론으로 접근해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의 방법론적 특성은 여성문제를 철저하게 개인의 문제로 환원시켜 풀어나가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6일 끝난 세번째 테마전 『뿌리찾기』(공평아트센터)는 30캐럿의 방법론이 좀 더 다듬어진 실체로 소개된 전시회였다.
평면.설치작업.비디오아트등 다양한 매체를 동원한 이 전시에는韓國性을 푸는 단서로 「족보」를 상정하고 거기에 개인사적 체험을 투영해 한국성을 자신의 문제로 환원시킨 작업들이 소개됐다.
하민수는 색헝겊을 연결시킨 촘촘한 바느질작업으로 족보를 상징하는 系統樹를 표현함으로써 여성과 족보란 내용을 바느질이란 여성적 형식을 통해 펼쳐보였다.
이현미는 파이프를 비스듬히 물고서 피아노를 쳤던 아버지에 대한 옛기억을 되살림으로써 서정적인 여성관의 형성과정을 표현했으며 어린 시절 방석이나 베개를 껴안고 놀았던 박지숙은 태극무늬등이 새겨진 작은 조각보를 수십장 이어서 여자아이 들의 의식 속에 전통이 자리잡는 과정을 보여주었다.
또 12대의 모니터를 사용한 비디오아트 작업을 소개한 최은경은 정화수.맷돌.다식판등의 이미지를 반복하면서 전통과 관련된 여성이미지를 끄집어냈고 염주경은 옷고름이 무수히 늘어져 있는것같은 설치작업을 통해 어머니와 무속,전통등의 ■ 적 관련성을 소개했다.
작가들마다 차이는 있지만 그들의 작업기조는 자기문제에서 출발한 여성적 시각으로 한국성에 접근해간다는 것이었다.그런 점에서이들은 여성문제를 사회적 억압과 차별이란 시각에서 접근하는 정치적 페미니즘 혹은 남성과 여성의 대립구도 속에 서 성적 차이로 풀이하는 문화적 페미니즘만으로 생각해온 기존의 페미니즘미술과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며 자신의 작업을 차별화시키고 있다.
〈尹哲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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