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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순하作 "한 몽상가의 女子論"여성해방운동 행태 정면비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3면

소설가 유순하씨(52)가 우리나라 여성운동의 행태를 정면으로비판한 책"한 몽상가의 여자론"을 펴내 화제를 불러 일으키고 있다. 그동안 여성운동의 방향에 대해 비판이 전혀 없었던 것은아니지만 남성이 여성운동가의 이름을 구체적으로 거명해가며 비판한 것은 이책이 처음이어서 큰 파문을 던져줄 것으로 보인다 유씨는 먼저 여성해방운동의 전반적인 문제점을 천박한 대중의속성과 야합하는 대중영합주의▲부분을 전체로 간주하는 맹목적 국부치중▲남녀관계를 대립구도로 놓고 증오의 情調를 거침 없이 드러내는 독선적 태도▲인간의 고민을 여자의 고민으로 엄살떠는,인간의 본질과 속성에 대한 통찰의 결여▲구체적 대안이 없는 관념적인 구호의 남발▲표나게 내세우는 자신들의 충정▲실천집단간의 대화가 거의 없는 분파성▲서구이론 의존성등 8가지로 나누고 있다. 柳씨는 이어 이같은 문제점들이 서진영.조혜정씨등 여성해방이론가,박완서.이경자.김향숙.양귀자씨등 여성해방소설가,「여성을위한 모임」「또 하나의 문화」등 여성해방운동단체들에서 구체적으로 어떻게 드러나고 있는가를 조목조목 지적한다.
柳씨는 특히 여성해방이론의 선두주자격인 조혜정교수(연세대 사회학)와 그가 이끄는 단체「또 하나의 문화」에 대해 집중적인 비난을 퍼붓고 있다.조교수의 조선조 여자관,시어머니관,여성의 경제적 자립관등 7개항목에 걸쳐 문제점을 지적하면 서 柳씨는『자식들이 부모들에게「지네들」이란 표현을 쓴것을 가정의 민주화가이루어진 것처럼 자랑 삼아 말하고 있는 조교수의 급진적 자유주의성향은 특정계층 여자들의 욕구불만을 대변할지 몰라도 전체 여성의 지위를 향상시키는데는 기여하지 못하고 오히려 가족공동체의해체를 가속화할 뿐』이라고 주장한다.
사회주의적 여성해방론자인 서진영씨에 대해서는『모든 여성의 문제를 자본주의와 가부장제라는 사회제도의 탓으로 분석하고 있는 그의 논리는 1백년전의 엥겔스나 베벨의 논리에서 한 걸음도 더나아가지 못했다』며『가부장제가 자연소멸될 것이라 는 그의 지나친 낙관은 현실적으로 이 땅의 여성들에게 아무것도 해줄수 없다』고 비판한다.
또「여성을 위한 모임」에서 낸 책『일곱가지 여성 콤플렉스』에대해서는 우리 문화권에서 남녀 누구나 가질수 있는 콤플렉스를 마치 여자들만 갖고 있는 것처럼 엄살을 떨고 있다고 주장한다.
예컨대 여성들이 순결을 지켜야 하고 쾌감을 솔직 하게 표현하지못하는 「성콤플렉스」를 갖고 있다면,남자들은 여자들을 즐겁게 해주어야 한다는「절륜콤플렉스」를 갖고 있고 여자에게「맏딸콤플렉스」「슈퍼우먼콤플렉스」가 있다면 남자에게는 그보다 더한「장자콤플렉스」「슈퍼맨콤플렉스」가 있다는 것이다.
柳씨는 이와 함께 박완서의『살아있는 날의 시작』(80년)『서있는 여자』(85년),이경자의 『절반의 실패』(88년),김향숙의『떠나가는 노래』(91년),양귀자의『나는 소망한다 내게 금지된 것을』(92년),유안진의『다시 우는 새』(9 2년)등의 페미니즘소설에 대해서도 비판의 고삐를 늦추지 않는다.柳씨는『이들소설의 공통점은 주인공인 여성이 聖女처럼 미화되는데 비해 이들을 핍박하는 남자는 하나 같이 못나고 비속한 인물로 그려지는 것』이라면서『이같은 2분법적 인물 설정과 남자에 대한 증오심의직설적인 표현들은 일시적으로 청량감을 줄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오히려 여성운동의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결론적으로 柳씨는 여성해방운동의 공통된 문제들을『그 동안의 누적된 핍박으로 인한 남자에 대한 피해의식과 여기에서 기인한 조급증』이라고 진단하고『앞으로의 여성운동은「여자는 슬프다」는 페미니즘이 아니라「인간은 슬프다」는 휴머니즘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南再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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