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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태백산맥 논쟁 무엇이 문제인가-임권택 감독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5면

추석 개봉을 앞둔 林權澤 감독의 『태백산맥』 상연을 저지하겠다는 우익단체의 경고편지가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문화계 때아닌좌우익논쟁을 일으키고 있는 자유민주수호애국연합(약칭 자민련)은어떤 단체며 그들의 요구는 무엇인지, 임권택감 독의 심경은 어떤지를 긴급인터뷰를 통해 들어봤다.
[편집자註] 이번 사태를 마주하는 林權澤감독(61)은 조금도흥분하지 않고 차분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林감독은 우익단체의 협박사건이 언론에 보도된 31일에 이어 1일에도 『태백산맥』의현상.편집.녹음 등의 후반기 작업에 열중하고 있다.이번 사 건에 대한 林감독의 입장을 들어봤다.
-지금 심정이 어떤가.
『답답할 뿐이다.이렇게 언어폭력을 쓰는 무모한 사람들이 어디있는가.신경쓰지 않겠다.영화라는 결과물도 보지 않고 판단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 -우익단체는 영화가 金日成정권을 미화하고 민주세력을 악의 화신으로 그리고 있다고 하는데… 『어불성설이다.영화 「태백산맥」의 주제는 이데올로기를 뛰어넘어 인간이 중심이 되는 인간존중의 세계를 그리는 것이다.6.25를 생각해 봐라.좌우세력간의 다툼은 전쟁이란 크나 큰 재앙밖에 남긴것이 없다.좌우 어느쪽도 편들지 않았다는 것을 영화를 보면 알게될 것이다.』 -그러나 『태백산맥』의 작가인 趙廷來씨가 이적성여부로 검찰에 불구속 송치되고 있는 등,원작의 좌익적 경향은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돼 있는데… 『영화와 원작은 별개의 것이다.원작을 그대로 옮긴다면 감독은 뭐하러 있는가.원작은 하나의 소재에 불과하다.제작발표회때도 연출의도를 밝혔듯이 영화「태백산맥」의 주제는 지난 20년간 내 작품에서 일관되게 추구한 휴머니즘의 연장선에 있 다.』 -이 영화를 만들게 된 동기와 배경은. 『분단의 아픔에서 나도 예외일 수 없다.한국영화계의 주요감독으로 인정받고 있는 사람으로 민족의 비극을 영화화 해보고 싶은 소명의식을 영화연출에 뛰어들면서부터 가졌었다.』 -우익단체들로부터 직접 협박을 받은 적이 있는가.
『없다.문제가 된다면 연출자인 나에게 와서 당당히 따져 봐야지,협박문을 보내는 등의 비이성적인 방법을 쓰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 -이번 사태로 영화의 편집과정에서 당초 연출의도가바뀔 수 있는 지.
『변함이 없다.문제가 된다면 공연윤리위원회의 검열과정에서 걸러질 것이다.영화를 보게 되면 「태백산맥」이 담고 있는 주제를알게 되고 오해는 가시리라 믿는다.』 〈李揆和기자〉 『태흥영화사측이 우리 단체에서 요구한 시사회초청을 통한 마지막협상에 응하지 않을 경우 관객들은 무공훈장을 받은 우리 늙은이들을 밟고극장을 들어서야 할 것입니다.』 개봉을 앞둔 영화『태백산맥』의상영을 끝까지 저지하겠다는 협박성 공문을 극장연합회와 영화관측에 보내 주목을 끌고있는「자유.민주수호애국연합(自民聯)」崔鍾泰사무총장(64.예비역중위)은 31일밤 인터뷰에서도 아직 흥분을가라앉히지 못하 는 표정이었다.
-自民聯이란 단체는 언제 결성됐고 회원은 어느정도인가.
『지난 4월11일 소설「태백산맥」을 李대통령 양자인 이인수 박사등과 함께 검찰에 고발하면서 같은 달 19일 한국전쟁참전군인연맹.파월유공전우회등 8개 단체가 결집했다.회원은 10만명 정도다.』 -소설『태백산맥』은 무엇이 문제인가.
『10권가운데 옳은 것이 없다.趙廷來씨가 만나서 녹취했다는 제주도.보성.화순등에 내려가 2년여동안 사실검증을 거쳤다.당시趙씨를 만났다는 사람들은 모두가 소설 대부분이 왜곡됐다고 주장했다.』 -소설『태백산맥』에 대한 이적성여부를 사법당국조차 아직 판결하지 않은 상태에서 영화에 대해 엄포를 놓는 것은 심한게 아닌가.
『경찰과 검찰이 모두 문제다.4월초 고발한 사건을 아직까지 방치하고 있는 검찰에 찾아가 여러차례 항의했다.그런데 조치는 없고 영화는 상영한다는 게 아닌가.』 -사법당국에서 소설에 문제가 없다고 한다면 어떻게 하겠는가.
『법이 그렇다면 힘없는 우리로서야 어쩔 수 없겠지.하지만 우리는 좌익세력과 싸움을 계속할 것이다.』 -자유민주주의 아래 사상과 표현자유를 너무 속박하는 게 아닌가.
『우리는 대학생들을 주사파로 집어 넣는 사직당국이 정작「태백산맥」같은 소설을 읽고 쉽게 그같은 사상에 물들어 가는 걸 방치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
-『태백산맥』이 공연윤리심사를 통과해도 시비를 계속할 것인가. 『심사위원들의 양식을 믿는다.』 -극우단체임을 인정하는가.
『우린 더이상 이념의 희생자는 없어야 된다는 입장일 뿐이다.
젊은이들의 사상적인 방황을 우리가 막아야 한다.』 〈金鴻均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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