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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재섭 "좌시 않겠다는 말 그만해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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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29일 국회에서 열린 한나라당 최고위원 회의에서 강재섭 대표(左)와 이재오 최고위원이 옆자리에 앉아 당무보고를 듣고 있다. [뉴시스]

"이명박을 인정하지 않는 세력이 있다. 앞으론 정권 교체를 위해 어떤 잡음도 용납하지 않겠다"는 한나라당 이재오 최고위원의 중앙일보 인터뷰가 29일 일파만파의 파문을 낳았다.

이 후보의 최측근인 이 최고위원의 발언에 강재섭 대표가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시하면서 이날 오전 한나라당의 분위기는 싸늘해졌다. 강 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말조심을 해야 한다. 오늘 아침 이상한 기사가 났는데…. 당의 단합을 저해하는 작은 언사라도 해선 안 된다"며 이 최고위원을 겨냥했다. 이 최고위원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강 대표가 이후 국회 대표실에서 열린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도 이 문제를 언급하자 이 최고위원의 분노가 폭발했다.

다음은 회의 참석자들의 전언을 토대로 재구성한 발언록.

▶강 대표="지금은 당이 단합을 해야 할 때다. 자꾸 '좌시하지 않겠다'는 이야기를 하면 누가 좋아하겠느냐. 앞으로 제발 그런 이야기는 하지 말라."

▶이 최고위원="(탁자를 탁 내리치며) 당은 이 후보 중심으로 돌아가야 하는 것 아니냐. 본선이 50일 앞으로 다가왔는데 지금 우리는 무엇을 하고 있는 거냐. 이래서 당이 되겠느냐…. 경선이 언제 끝났는데 아직도 경선하는 줄로 아는 사람들이 있다. (이회창 전 총재와 박근혜 전 대표를 겨냥해)한쪽에선 출마한다고 하고, 한쪽에선 자파 산행 모임에 참석하고 있다. 지도부가 이런 것을 계속 방치해도 되느냐."

▶이강두 중앙위의장="이 최고, 왜 그러시나. 진정하시라."

▶김학원 최고위원="강 대표 말이 맞지 않나. 당의 단결을 저해하는 발언을 하면 안 된다."

▶이 최고위원="국정감사장에서 일사불란한 대응이 되지 않는 것은 (친 박근혜)의원들이 팔짱을 끼고 있어서다. 내가 당을 둘러보면 진압군이라고 하고, 내가 사무처 사람들을 만나면 '네가 당 대표냐'라고 하는데, 나는 내 입으로 그런 표현도 못 쓰나. 난 최고위원으로서 책무를 다하는 것이다."

이 최고위원은 서류도 집어던지고 일어서서 "난 가겠다"고도 했다. 참석자들은 그런 이 최고위원을 말렸다고 한다.

한 참석자는 "이 최고위원이 너무 소리를 강하게 질러 말을 제대로 알아듣지 못했을 정도"라고 당시의 분위기를 전했다.

분위기가 험악해지자 강 대표는 "어휴! 오늘 회의는 여기서 끝내야겠다"고 말했고, 참석자 전원은 분이 풀리지 않은 듯한 이 최고위원과 함께 회의장 탁자 옆 소파로 자리를 옮겨 차를 한잔씩 했다. 이 자리에서 안상수 원내대표 등이 "서로 관점의 차이 아니겠느냐. 대선에서 이기는 게 최종 목표 아니냐"며 분위기를 잡고 나서야 상황이 겨우 진정됐다는 것이다.

이 소동을 거치면서 한나라당 내부 '친 이명박, 친 박근혜' 양 진영 사이 갈등의 골은 더 깊어졌다.

◆화난 박근혜=이 최고위원의 발언에 대해 "박 전 대표가 대단히 화가 났다"고 한 측근이 전했다. 또 다른 측근은 "도대체 당 화합의 최고 걸림돌이 누구냐"며 이 최고위원을 비난했다.

서승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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