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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논단>IRA의 휴전선언-北아일랜드 평화정착 첫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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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아일랜드공화군(IRA)이 휴전을 선언했다.그러나 휴전이 영구적일지는 아직 판단하기 이르다.또 휴전선언으로 IRA의 정치조직인 신 페인黨의 평화협상참여 조건이 충족된 것인지도 아직은 불투명하다.
하지만 휴전 선언에 담긴 뜻 만큼은 분명하다.北아일랜드의 아일랜드 통합을 원하는 민족주의자나 이에 반대하는 연방주의자,양측을 똑같이 불행하게 했던 폭력에서 벗어나 새로운 국면을 시작해야 한다는 북아일랜드내 모든 주민들의 희망이 담 겨 있다는 것이다.이것 하나만으로도 환호할 이유는 충분하다.
그 功은 우선 효율적 협조로 평화의 토대를 마련한 英國과 아일랜드정부에 돌아가야 한다.존 메이저英총리는 북아일랜드 문제의해결을 정책의 우선순위에 올려놓았다.영국은 현지 주민들의 자결권을 보호하는외에 북아일랜드에 어떠한 전략적 이 해도 갖고 있지 않다는 점을 명백히 했다.그는 또 신 페인黨 지도자들과 비밀접촉을 갖는 위험도 감수했다.그의 냉정을 잃지 않는 결단력이이러한 위험에 대한 보상을 가능케 한 것이다.
아일랜드의 앨버트 레이놀즈총리 또한 위험을 감수하는 자세를 보였다.지난해 12월의「다우닝街 선언」으로 그는 현지주민 대다수의 뜻이라면 북아일랜드가 영국영토로 남을 수 있으며,이에 대한 결정은 주민들의 고유권리라는 점을 인정했다.
앞으로의 평화 정착과정이 순탄치는 않을 것이다.가톨릭계나 新敎계 양측 모두에 평화정착을 방해하려는 세력이 있을 것이다.무력투쟁을 추구하는 IRA내 일부 강경파들의 이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하지만 평화정착을 위한 노력은 어떤 일이 있어도 계속돼야 한다.
주민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연방주의자들 사이에 영국정부에 대한일종의 배신감 같은 것이 있을 수도 있다.영국정부는 지속적이고효과적인 방법으로 이들의 불안감을 달래줘야 한다.이미 있었던 두 차례의 평화적 해결 시도가 무산된 것도 바 로 이들의 지지를 확보하지 못한 탓이었다.
따라서 지금은 만족할 때가 아니다.휴전 선언으로 조성된 평화의 기운을 유지하는데 전력을 쏟아야 할 때다.휴전 약속이 제대로 지켜지는지 적어도 3개월간은 지켜볼 필요가 있다.즉 3개월은 연방주의자들을 안심시키는데 필요한 최소한의 검 역기간인 셈이다. 평화협상의 진척에 앞서 북아일랜드의 모든 사람들에게 휴전의 즉각적인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첫째,영국군 주둔병력을 최소한으로 감축하라는 것이다.독불장군식 테러리스트들의 공격 가능성에 대비하는데 필요한 최소한의 병력만 남기고 즉각 철수시키라는 얘기다.
두번째는 신 페인黨 당원들의 肉聲을 직접 내보내지 못하도록 막는 불합리한 방송규제를 즉각 풀라는 것이다.이 조치는 그동안영국의 대외 이미지에 큰 손상을 입혔다.평화의 과정은 대화의 과정이다.상대방의 목소리를 들을 수 없는 상태에 서 대화가 가능하겠느냐는 말이다.
마지막으로 영국정부는 북아일랜드를 자국영토로 규정하고 있는 아일랜드 헌법 제2조와 3조의 개정 약속을 확실하게 받아내야 한다.그렇게 되면 연방주의자들의 불안감도 크게 누그러질 것이다. 북아일랜드의 항구적 평화정착을 위해서는 당사자 모두가 더 큰 위험을 감수하겠다는 각오를 새롭게 다져야 할 때다.
[本社特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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