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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백산맥 상영저지 파문-개봉 앞서 右左翼논쟁 비화 조짐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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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5면

우익단체들이 『태백산맥』의 제작과 상영저지를 위해 수단을 가리지 않고 대항하겠다고 나서 사회의 左右翼 논란이 문화예술계로번질 조짐이다.林權澤감독의 『태백산맥』은 80년대 풍미했던 조정래씨의 동명 베스트셀러소설을 영화화하는 작업으 로 작년에 태흥영화사(대표 李泰元)가 기획,8월말에 촬영을 마치고 오는 17일 국도극장 등에서 개봉예정인 영화다.
6.25 동족상잔의 시대배경과 지리산을 무대로 소시민.소작인.좌파지식인등 민중들과 인민군 빨치산의 활동상을 그리고 있는 소설은 발간당시 좌익적 시각으로 씌여졌다는 비판이 제기됐었다.
따라서 영화사와 임권택감독은 문제의 꼬투리가 된 이념적 색깔은 가능한한 줄이고 전체에서 일부분만 영화화하기로 했다.
이 영화에서 다루고 있는 얘기는 6.25가 발발하고 인민군이후퇴하면서 빨치산이 입산하는데까지로 전체소설의 일부분에 지나지않는다. 완성도 되지 않았고 또 편집을 거치면서 영화는 전혀 다른 모습을 띨 수 있으므로 일부 단체가 주장하는「빨갱이 영화」라는 지적은 섣부른 판단으로 볼 수 있다.
또 제작진이 원작을 완전각색한 것으로 원작과 다른 영화라고 밝히고 있는 만큼 원작처럼 이념의 논쟁거리가 되지 않을 수도 있다. 문제의 핵심은 영화가 좌익적 시각으로 제작됐을 때와 그렇더라도 예술표현의 자유는 지켜져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귀착된다. 만약 좌경화된 영화라면 그것은 일차적으로 감독의 의견에 그치며 전체 사회가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다.감독과 영화사는 그에 상응하는 대우를 받으면 된다.
그것은 이성적이고 합법적인 평가여야지 일부 단체가 현재 보이고 있는 것처럼 폭력적이고 비이성적인 방법이 돼서는 곤란하다.
이번 사태는 분단의 아픔을 겪고 있는 한 피할 수 없는 업보인지 모른다.일부 단체가 최근의 主思派논쟁에 고무된 것은 충분히 짐작이 간다.
그러나 『태백산맥』을 놓고 그간 자유총연맹 등 다른 일부단체가 꾸준히 제작저지를 선언한 것을 감안할 때 우리사회에 팽배한좌우익의 틈은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생각보다 깊을수 있다.
***영화만 희생될까 우려 이 둘의 입장을 균형있게 보는 사람들은 지난 30여년간 독재정권에 대한 민주화투쟁의 대열에 좌익적 주장이 혼재돼 왔던 것이 사실이라며 민간정부가 들어선 이후 민주화투쟁의 세력은 사라지고 좌익적 주장이 돌출되고 있고,여기에 대항한 우익의 주장이 거세지고 있는 현상으로 파악하고 있다. 영화계는 이번 『태백산맥』사태는 바로 이같은 사회분위기에서 기인한 것이며 어쩌면 영화만 희생양이 되는 것이 아니냐는견해가 지배적이다.
향후 문화예술계의 좌우익논쟁이 한층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李揆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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