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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영이 꿈꾸는 ‘40대 김 부장’의 3년 뒤 삶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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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호 06면

2010년 10월 28일 아침. 김 부장은 조간신문을 펼쳐 들었다. 인천∼개성을 잇는 남북 간선 철도가 조만간 착공된다는 기사가 실려 있었다. 최근 중국 현지 공장을 개성공단으로 옮긴 거래처 박 사장의 얼굴이 떠올랐다. “임금이 싸서 좋긴 한데 물류비가 많이 든다”고 걱정하더니 철도가 만들어지면 부담이 상당히 줄어들 것 같다. 출근하면 전화해서 술 한잔 사라고 해야겠다. 신문을 보니 정동영 대통령이 지난 대선에서 공약했던 서울(금융)-인천(물류)-개성(생산)을 잇는 복합경제특구 구상이 슬슬 궤도에 오르는 것 같다. 정부는 북한과 협의해 해주·남포·신의주·나진·선봉에도 경제특구를 만들겠다던데 거기서 싼값에 물건을 만들어 수출하게 되면 우리 경제도 좀 나아지겠지.

“자녀 고교 수업료 공짜 값싼 아파트 공급 늘어”

김 부장은 아내와 함께 식탁에 앉았다. 고교 2학년인 아들과 중학교 3학년인 딸이 그제야 눈을 비비며 일어난다. 애들 시집·장가까지 보내려면 열심히 벌어야 하는데…. 그래도 정부가 2020년까지 정년을 70세로 높인다니 노후 걱정은 좀 덜려나 싶다.

아들 녀석이 용돈 좀 달라고 손을 벌린다. 받아간 지 얼마나 됐다고…. 지갑을 열며 생각해보니 요즘은 애들 교육비 부담이 전보다 줄어든 것 같다. 지난해부터 고등학교까지 무상교육이 실시되고 있어서다. 초·중·고교 급식비도 안 내도 된다. 학교에서 영어로 진행하는 수업이 늘면서 사교육비 지출도 약간이나마 줄었다. 다만 평준화 교육의 틀이 유지되면서 공부 잘하는 딸을 수준 높은 고교에 보낼 기회가 늘어나지 않은 것은 좀 아쉽다. 기존 특목고가 있긴 하지만 경쟁이 너무 치열하고 학비 부담도 만만찮다. 그러나 고향에 사는 형님은 현행 교육정책에 대만족이란다. 큰아들이 정부가 지정한 ‘우수 공립고’에 다니고 있기 때문이다. 공모로 뽑힌 교장에게 인사와 학교 운영에 대한 자율권을 대폭 줬다고 한다. 예산도 다른 학교보다 50%를 더 받는다. 자연히 특성화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다. 학비는 일반 고교와 마찬가지로 무료다. 정부는 농어촌과 도시 저소득층 밀집지역부터 시작해 우수 공립고를 전국 300곳으로 늘릴 생각이란다.

형님이 지난 대선 때부터 정 대통령 편을 드는 이유는 또 하나 있다. 일찌감치 취직하겠다며 실업계 고교를 선택한 둘째 아들 때문이다. 졸업한 뒤 혁신형 중소기업에 3년 이상 근무하면 군대에 가지 않아도 된다고 한다. 김 부장이 출근해 보니 최 대리가 안 보인다. 참, 처음으로 자기 집을 장만해 오늘 이사한다며 월차를 냈지…. 얼마 전부터 수도권에서는 99㎡(30평형) 크기의 아파트가 2억원 이하에 분양되고 있다. 공공택지에 세워진 이른바 ‘정동영 아파트’다. 최 대리도 이런 아파트 중 한 곳을 샀다. 정부가 종합부동산세·양도소득세 등 기존 부동산 세제의 틀을 유지하고 수도권에 값싼 아파트 공급을 늘리면서 대부분의 지역에서 집값은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서울의 한 30평형대 아파트에 사는 김 부장에게도 착실히 모으면 집을 넓혀 갈 수 있다는 희망이 생겼다. 그러나 서울 강남의 중대형 평형 등 인기 지역 아파트는 여전히 공급 부족 상태다. 정부는 도심 재개발·재건축 촉진을 위한 용적률 완화에 대해서도 특혜 소지가 있고 과밀도 개발을 부추길 수 있다며 유보적인 태도인 것 같다.

승용차를 몰고 퇴근하던 김 부장은 중간에 주유소에 들렀다. 휘발유를 가득 채울 경우 3년 전에 비하면 1만원 가까운 돈을 아낄 수 있다. 정부가 유류세를 20% 내렸기 때문이다. 부족한 세금은 주식 선물·옵션 등 파생금융상품에 거래세(0.1%)를 신설해 채웠다고 한다. 김 부장처럼 월급만 바라보고 사는 사람에게는 반가운 일이다. 지난 대선에서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가 약속했던 법인세 인하 혜택을 못 보게 된 기업들 입장에서야 불만이 좀 있겠지만 말이다.

정동영 후보 측이 본 이명박 공약 문제점
“집값 뛰고 교육 양극화 심해질 것”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 측은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의 한반도 대운하 공약을 모순투성이로 보고 있다. 신당 이목희 의원은 “서울에서 부산까지 5시간 걸리는 철도를 놔두고 100시간 넘게 걸리는(이 후보 측은 24~36시간 주장) 운하를 이용할 리 없다”며 “무엇보다 경부운하의 물동량이 많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또 “강바닥의 골재를 파서 운하 건설 재원을 마련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운하는 호수처럼 물을 고이게 해 강물이 썩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현재 찬성보다 반대가 압도적으로 많아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내기 어렵다”며 “국가 역량을 총동원해도 임기 중 완공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도심 재개발도 높게 평가하지 않는다. 정 후보 측 자문교수인 중앙대 조성일 교수는
“재건축과 재개발 완화만으로는 충분한 주택 공급이 이뤄지지 않는다”며 “철저한 개발이익 환수가 없는 한 재건축 규제 완화는 주택가격 상승만 촉발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조 교수는 또 “자녀를 둔 무주택 저소득층이 많은 상황에서 신혼부부용 아파트 공급을 따로 하겠다는 발상이 바람직한 것인지 의문스럽다”고 지적했다.

이 후보의 교육 정책에 대해 정 후보측 연세대 김하수 교수는 “특목고 학생의 경우 1년에 1000만원 정도의 사교육비가 들어가는 것을 볼 때 자사고도 장기적으로 사교육비가 더 늘어날 수 있다”며 “사회적 양극화를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대학입시 자율화는 고교 교육이 특정 대학 평가 방식에 종속되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감세 구상은 현실적이지 못하다고 꼬집었다. 서울대 류근관 교수는 “국내외 기업들이 국내에 투자하지 않는 것이 법인세율이 높아서가 아니다”며 “세율을 내리면 투자가 늘고 경기가 좋아져 세수가 늘어난다는 논리도 입증된 바 없다”고 주장했다. 류 교수는 “법인세율을 내리면 세수가 줄고 재정 건전성이 악화돼 젊은 층과 다음 세대의 부담을 키우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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