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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위,동성애 TV방영불가-안방극장도 외설시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8면

영화계에서 호평받은 동성애 소재 영화가 TV에선 잇따른 방송불가 판정을 받아 논란이 일고있다. 방송위원회는 최근MBC가 오는3일 주말의 명화에 내보내기로한 영국영화 크라잉게임 과지난달말 KBS.1TV가 일요특선에 방송키로한 스페인영화 사랑과 예술의 나날 을 각각 동성애를 소재로 해 국민정서와 방송의공공성에 어긋난다는 이유로 방송불가 판정을 내렸다.
방송위의 결정은 연극 『미란다』극단대표 구속.『펜트하우스』誌한국판 압수등 최근 연이은 외설물 단속조치에 뒤이어 취해진 것이어서 대중문화매체,특히 방송의 성적 표현에 대한 당국의 수위조절책으로 주목되고 있다.
『크라잉 게임』은 북아일랜드 독립지하조직인 IRA단원과 게이(남성동성연애자)의 사랑을 그린 영화로 게이의 남성으로서의 심벌이 드러나는등 충격적 장면을 담고 있으나 전체적으로는 작품성이 뛰어나 지난해 아카데미 2개부문상을 수상했다.
MBC영화부는 『「여장남자」가 나온다는 점 말고는 동성애 옹호영화라 보기 어렵다는 판단아래 문제소지가 있는 2~3컷을 삭제한뒤 방송키로 결정했었다』고 밝혔다.
또 『사랑과 예술의 나날』은 시골뜨기 떠돌이 악사들의 출세기를 그린 영화로 스페인 고유의 집시문화를 표현한 수작이나 주인공 두 남성이 서로 동성애적 감정을 품고있는 내용이 문제됐다.
KBS측은 『두 남성이 눈빛을 교환하는등 동성애를 암시하는 장면만 가지고 방송을 불허한 것은 지나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방송위는 이에 대해 『영화자체의 작품성과 관계없이 온가족이 시청하는 우리TV의 공공성을 생각할때 국민정서와 어긋나는 동성애영화 방송은 허가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대해 방송사측은 이미 외국위성방송으로 우리 정서를 뛰어넘는 영화들이 브라운관에 범람하는 상황에서 국내방송에만 과거기준을 적용하는 것은 시대착오라며 반박하고 있다.
이와 관련,방송3社 영화부 간부들은 지난 19일 방송위를 방문해 심의완화와 밤10시이후 성인시간대 인정을 요구했는가하면 문제의 두 영화를 재심에 올려 재차 허가를 받아내기로 방침을 세웠다. KBS는 이밖에도 두 경극배우의 동성애적 관계를 다룬중국영화 『패왕별희』를 방송할 예정이어서 방송위와 또 한차례 진통이 예상된다.
방송관계자들은 최근 외국영화들이 시대변화에 따라 동성애.에이즈등 새로운 갈등구조를 소재로 삼고있어 이 분야의 걸작들을 TV에서 방송할 필요성도 커지고 있는만큼 방송심의도 시대상황에 맞는 합리적.구체적 기준을 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姜贊昊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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