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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논단>민주주의의 위기-개혁으로 부패고리 차단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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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오늘날 유럽에서 민주주의의 위기에 대해 이야기 한다면 어딘가앞뒤가 안맞는다는 느낌을 줄 수도 있다.
민주주의는 승리를 거뒀고,공산주의 정권은 자취를 감췄다.유럽의 민주주의에 더이상 외부의 적은 존재하지 않는다.있다면 내부의 적이 있을 뿐이다.「반쪽의 진리」가 그래도「새빨간 거짓말」보다 낫다는 인식을 가능케 했던 공산주의의 도전이 사라진 이후민주주의는 내부의 문제에 더 많은 주의를 기울이게 됐다.공산주의라는 안티테제에 가리워 그동안 잘 드러나지 않았던 여러가지 결점들이 새롭게 부각되면서 어떤 이들은 민주주의가 위기에 처해있다고 진단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7월 유럽연합(EU)은 유럽국 국민들을 대상으로「귀하의국가에서 민주주의가 발휘하고 있는 기능에 만족하십니까」라는 내용의 설문조사를 실시했다.그 결과 獨逸(만족 52%,불만족 48%)과 英國(49%,45%)에서만 만족한다는 쪽이 불만이라는대답보다 약간 많았을뿐 프랑스(47%,49%),스페인(29%,67%),이탈리아(19%,77%)등 남부 라틴계열 국가들에서는민주주의에 대한 불만의 정도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또 유럽에서 정치인들에 대한 존경도는 연예인이나 의사.탐험가들에도 훨씬 미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실업.치안.세금.이민문제등 현재 유럽이 처한 여러가지 문제를생각해보면 이들이 느끼는 불만의 원인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책임을 전적으로 제도나 정치가들 탓으로만 돌린다면 토론 자체가 불가능해진다.
민주주의를「地上에서의 안락을 보장하는 체제」로 정의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만약 우리가 민주주의를 쇠약하고 황폐하게 만드는요인들을 제대로 파악한다면 그것은 동시에 민주주의를 되살리는 방법도 이해하게 되는 셈이다.프랑스와 이탈리아에 서 들끓고 있는 부패문제가 바로 그러한 예다.
부정부패는 정치체제만큼이나 오래된 것이다.아테네 민주체제하에서 시민에 의해 선출된 최고행정관도 세가지 범죄에 한해서는 民會의 처벌을 받았는데 그것은 민주주의에 대한 음모,이적행위,그리고 부패였다.
18세기이래 美國헌법은 부패를 모든 공무원,심지어 대통령의 파면까지 이끌어 낼수 있는 중죄로 간주하고 있다.또 형법 곳곳에 부정부패 행위에 대한 제재조항이 설치돼 있다.우리 사회의 어떤 특징들이 우리가 감당하기 어려운 부패를 더욱 조장하고 있는지도 모른다.부패의 빈도는 점점 늘어나는 반면 통제 효과는 줄어들어 법이 마땅한 치유책이 되기에는 불충분한 실정이다.
그러나 결국 모든 것은 한가지 단순한 사실로 귀착된다.선거로당선된 정치가들이 선거자금 조달이나 관급공사 수주와 관련된 부패행위로 비난받고 있다는 사실이다.이를 치유하는 방법은 자명하다.정치가와 정당에 대해 정치자금 수수의 투명성 을 철저하게 요구해야 한다는 것이다.또 관급공사에 입찰하는 기업들에 대해서는 정치자금 제공행위를 금지시켜야 한다.
결론적으로 민주주의가 위기라 할지라도 낙담하기 보다는 개혁을진전시켜 나가야 한다.민주주의는 부정에 직면해서 이를 고발하고,바로잡는 능력이 사라질때 비로소 위험에 빠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佛 렉스프레스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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