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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불방망이 곰 잡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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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오늘은 우리가 이겼어. SK 1루수 이호준(右)과 선발투수 로마노가 2회 말 수비를 마친 뒤 주먹을 마주치며 환호하고 있다. [뉴시스]

프로야구 한국시리즈에서 SK의 반격이 시작됐다.

인천 홈에서 2연패의 충격을 안고 잠실로 옮겨온 SK는 25일 3차전에서 두산을 9-1로 꺾고 첫 승을 올렸다. 그러나 승부의 고비였던 6회초 두산 투수 이혜천이 빈볼을 던져 한국시리즈 사상 세 번째로 퇴장됐고, 양 팀 선수들이 격렬한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초반부터 흐름은 SK가 주도했다. 선발 로마노는 안정된 투구로 두산의 타선을 꽁꽁 묶고, 타자들은 승리에 대한 절박함으로 치고 달렸다. 1회 초 SK 선두타자 정근우가 빗맞은 안타로 행운을 잡았다. 1, 2차전에서 8타수 무안타였던 정근우는 조동화의 3루 땅볼 때 3루까지 파고드는 과감한 주루 플레이로 기선을 제압했다. SK는 1사 3루에서 김재현의 우전 적시타로 선취점을 뽑은 뒤 박재홍의 추가 적시타로 2-0을 만들었다.

로마노는 최고 구속 147㎞의 몸쪽 직구를 과감히 구사하며 6이닝 동안 4피안타 1실점으로 잘 던져 한국시리즈 첫 승을 따냈다. 1, 2차전에서도 무실점이었던 SK 불펜은 7회부터 윤길현-가득염-이영욱이 이어던지며 다시 0점으로 막았다. SK는 2-0으로 앞선 6회에 6안타와 두산 유격수 이대수의 실책 세 개 등으로 대거 7점을 뽑으며 승부를 갈랐다. 무사 1, 3루에서 스퀴즈 작전이 노출돼 3루 주자 이호준이 아웃됐으나 이대수의 실책, 정경배의 행운의 내야안타가 이어져 1사 만루로 찬스를 되살렸다. SK는 이후 이대수의 두 번째 실책과 박경완의 우월 2루타로 3점을 보탠 뒤 다시 1사 만루에서 조동화의 내야 안타 때 이대수의 악송구로 2점을 얻어 7-0까지 점수를 벌렸다. 계속된 1사 2, 3루 기회에서 3루주자 정근우가 홈 스틸을 감행했다. 당황한 포수 채상병이 공을 빠뜨렸고, 2루 주자 조동화까지 홈을 밟아 9-0을 만들었다. SK는 장단 16안타로 두산 투수진을 두들겼다.

이날 잠실구장에는 양 그룹의 수뇌부들이 대거 출동했다. SK 그룹에선 최태원 회장이 조정남 SK텔레콤 부회장, 박영호 SK 홀딩스 사장 등 임원 20여 명과 함께 모습을 드러냈다. 최 회장이 야구장을 찾은 건 처음이다. 두산도 박용곤 그룹 명예회장과 경창호 그룹 부회장, 비모스키 부회장 등 10여 명이 잠실구장을 방문했다.

26일 4차전 선발투수는 리오스(두산)와 김광현(SK)으로 예고됐다.

김종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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