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주대 학생과 교직원이 24일 본관 1층 애일당 세미나실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통합 찬반투표를 하고 있다. [상주대 제공]
경북대와 상주대가 2년여 진통 끝에 통합 결정을 내렸다. 이에 따라 경북대는 매머드 대학으로 거듭나게 됐다. 24일 오전 9시부터 자정까지 열린 통합 찬반투표에서 경북대 교수 79.2%, 교직원 75.9%, 학생 55%와 상주대 교수 75.4%, 교직원 55.6%, 학생 78.5%가 찬성해 가결됐다.
◆캠퍼스 별로 특성화=통합 결정으로 내년 3월 경북대는 경북대 대구캠퍼스로, 상주대는 경북대 상주캠퍼스로 각각 이름이 바뀐다. 이에 따라 상주대 1∼3학년은 졸업 때 경북대 졸업생으로 학위를 받는다. 현재 4학년은 상주대 졸업생이지만 졸업을 늦출 경우 경북대 학위를 받을 수 있다. 교수와 교직원의 신분엔 변동이 없다. 통합에 따른 교육부의 지원으로 교수가 30명 가량 늘어날 것으로 대학 측은 보고 있다.
가장 큰 변화는 두 캠퍼스가 특성화하는 것이다.
대구캠퍼스는 정보기술(IT), 기계공학, 물리 및 에너지, 생명공학(BT)을 집중 육성한다. 연구개발(R&D) 분야를 키우고, 이를 위한 전문 인력을 양성하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인문학·사회과학 등 기초학문 교육도 이곳이 맡는다.
상주캠퍼스는 생태환경대학과 과학기술대학·보건복지학부로 체제가 바뀐다. 경북대의 축산바이오·생태환경 분야를 흡수해 동·식물을 자원화하는 생태환경대학과, 산업 현장에서 응용할 수 있는 기술을 가르쳐 전문인력을 양성하는 과학기술대학, 노인·아동복지와 웰빙 분야를 연구하는 보건복지학부를 특성화하겠다는 계획이다. 반면 상주대의 비즈니스경제·행정·영어·교양교직과는 대구캠퍼스에 통합된다. 이 경우에도 현 상주대의 신입생 정원인 1052명을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교육부가 주는 300억원의 지원금도 확보하게 됐다.
경북대는 지원금의 70% 이상을 상주캠퍼스의 활성화에 쓸 계획이다. 생태환경 분야의 연구센터인 사이언스 파크, 소나 말 등을 진료하는 대(大)동물병원, 경북대 노인병원 분원, 학생 기숙사, 외국어교육원인 인터내셔널 빌리지 등을 짓겠다는 것이다.
통합 결정은 됐지만 반대 움직임도 여전하다. 경북대와 통합을 반대해 온 상주대 발전 범시민추진위원회 신병희(61) 위원장은 “반대 의견을 교육부에 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다른 대학과 통합은=경북대는 안동대·금오공대·대구교대 등 지역 3개 국립대와 통합도 숙제로 남겨 두고 있다. 교육부는 갈수록 줄어드는 대학 진학생 수를 고려할 때 국립대 통합을 바라고 있다. 대구교대는 지난해 초 경북대와 통합 논의가 오갔으나 당시 강현국 총장이 사퇴한 이후 중단됐다.
금오공대, 안동대와의 통합 작업도 지지부진하다.
경북대는 지난 4월 금오공대에 통합을 제의했으나 이후 별 움직임이 없다. 금오공대 관계자는 “한 달에 한 차례 내부 회의를 하고 연구보고서를 내기도 했으나 통합 논의는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안동대는 지난 9월 자체 통합추진위를 구성해 논의를 진행 중이다. 안동대 백성철 기획처장은 “지금까지는 상주대와의 통합을 지켜본 뒤 생각해 보자는 입장이었다”며 “언제든 통합할 수 있다는 게 내부 의견”이라며 여운을 남겼다.
홍권삼·황선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