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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리포니아 사상 최악의 화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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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미국 캘리포니아 남부의 산불은 발생 닷새 만에 100만 명에 가까운 이재민을 내고, 워싱턴의 10배 면적(1720㎢)을 불태웠다. 캘리포니아 역대 최악의 화재다.

이 지역에선 2003년에도 1104㎢ 면적을 태우고 22명의 사망자를 낸 초대형 산불이 났던 것을 비롯해 연중 크고 작은 산불이 끊이질 않는다. 전문가들은 기후 특성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입을 모은다. 연평균 강수량이 81.5㎜에 그칠 만큼 건조한 데다, 특히 지난해 7월 이후부터는 비 한 방울 구경하기 힘든 극심한 가뭄이 이어져 왔다.

인근 사막에서 열기에 달궈진 뜨거운 공기가 서쪽 태평양 연안으로 이동하면서 세력을 키워 강풍이 될 경우 피해는 더욱 커진다. 이번에 불길이 걷잡을 수 없을 만큼 여러 곳으로 번진 이유도 네바다 사막에서 시작돼 시속 97~160㎞의 강풍으로 변한 '샌타 애나' 때문이다. 이런 강풍은 불씨를 몇 ㎞ 떨어진 곳까지 날리는 데다 수시로 방향을 바꿔 진화 작업을 어렵게 한다.

다행히 24일부터 '샌타 애나'가 잦아들면서 산불이 소강 상태에 접어들고 있다고 미 언론들이 보도했다. 캘리포니아 주 정부는 "기상 조건이 개선되면서 소방 당국이 로스앤젤레스 일대와 오렌지 카운티 지역에서 불길을 어느 정도 잡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최대 피해 지역인 샌디에이고에서는 여전히 화재 진화율이 10%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이날까지 집계된 화재 사망자 7명 중 6명이 샌디에이고에서 변을 당했다. 경찰은 산불이 발생한 틈을 타 새로운 화재를 내려던 방화범 두 명을 적발해 한 명을 체포하고 다른 한 명은 추적 중 사살했다고 LA타임스가 25일 전했다.

보험업계에선 이번 화재의 피해 규모가 적어도 10억 달러(약 91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24일 캘리포니아를 재해 지역으로 선포, 피해자들의 임시 거주 비용 및 피해 가옥 수리비 등을 연방정부 기금으로 지원하도록 조치했다. 그는 25일 피해 현장을 직접 방문했다.

신예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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