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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로카르노 국제영화제 제3세계 작품이 휩쓸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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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美 할리우드영화의 강세로 서구형 영화산업이 갈수록 침체현상을보이고 있는 반면 中國.이란등 제3국영화가 새로운 영상이미지를만들어내는 주역으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4~14일까지 스위스 남부 휴양지 로카르노에서 열린 제47회 로카르노국제영화제는 이들 국가의 작품이 대거 상을 휩쓰는 강세를 보이면서 이같은 경향을 재확인시켜 주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올해의 출품편수는 경쟁.비경쟁부문을 망라해 총 3백여편.
89년 아바스 키로라스타미가 「銅표범상」을 받은 이후 주목받기 시작한 이란은 올해 에브라힘 포루제쉬감독의『항아리』가 그랑프리인「黃金표범상」을,키야누쉬 아야리감독의『아바다니-하』가「銀표범상」을 각각 차지하면서 서구비평가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또 근래 아시아지역의 영화 종주국으로 부상하고 있는 中國의 경우 추샤오웬감독의『에르모』가 심사위원특별상을 수상했고 그밖에비경쟁부문에 참여한 작품들도 호평을 받아 이른바 5세대 감독군에 이은 제6세대 중국감독들의 출현을 기정사실■ 했다.
이들 영화들은 모두 기존의 서구식 앵글에서 벗어나 제각기 자국의 전통문화에 바탕을 둔 개성있는 영상미를 추구했다는 점이 서구영화계의 이국적 호기심을 자극시킨 것으로 분석된다.
이밖에 프랑스가 銅사자상을 비롯해 특별상.촬영상을 모두 차지함으로써 적어도 예술영화부문에서는 여전히 프랑스다운 영상시각이살아있음을 보여주었다.
韓國영화로 유일하게 경쟁부문에 진출했던 朴光洙감독의『그 섬에가고 싶다』는 당초 기대와 달리 수상권에서는 제외됐지만 영화비평가들 사이에 논의가 활발했다는 점에서 한국영화계의 가능성을 보여준 것으로 평가된다.
세계영화제중 칸영화제에 이어 두번째로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는 로카르노영화제는 그동안 르네 클레르.로베르토 로셀리니.비토리오 데 시카등 세계적인 원로감독들을 비롯해 스탠리 큐브릭.밀로스 포먼.조지 루커스.스파이크 리.첸 카이거등 주요 현역감독들이 거쳐가면서 신인감독 발굴에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국제영화제로 손꼽히고 있다.
우리의 경우 배용균감독의『달마가 동쪽으로 간 까닭은?』이 89년도 黃金표범상을 차지했고 박광수감독은 특별상을 수상한 바 있다. 영화제 예산은 약 10억원으로 베니스영화제의 3분의1에불과하고,지리적인 악조건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영화제기간11일동안 약13만명의 관객들이 몰려들었다는 점은 현재 국제적인 영화제를 계획하고 있는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적지않다.
[로카르노(스위스)=鄭淵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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