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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동, "에너지·산업·문화 아우르는 패키지 교류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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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左)이 23일 서울 인터컨티넨탈 호텔 비바체 홀에서 열린 제1회 한·중동 포럼에서 개막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김상선 기자]

한국과 중동의 오피니언 리더들이 서울에서 대거 만났다. 아프가니스탄에서 탈레반 무장단체가 저지른 한국인 납치 사건 이후 최대 규모의 만남이다. 23일 서울 코엑스 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열린 '제1회 한.중동 포럼'에서 중동 여러 나라의 정.재.학계 인사 50여 명을 비롯, 양쪽 인사 200여 명이 한.중동 교류 방안을 놓고 열띤 토론을 벌였다. 이날 행사는 한국의 한.중동협회(회장 한덕규, 한국외대 교수)와 아랍권 최대의 역내 기구인 아랍연맹이 공동 주최했다.

한.중동포럼 공동의장인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은 개회사에서 "최근 아프간 사태를 통해 다른 문화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됐다"며 "상호 이해와 협력을 통해 우리는 분쟁 없는 지속 가능한 번영을 다음 세대에 물려줘야 한다"고 말했다. 홍 회장은 또 "오늘 모임이 한국과 중동 지역의 관계에 진보적인 의제를 발전시키는 디딤돌이 되기를 바란다"면서 세계 각국의 문화예술인이 한데 어울리는 '세계문화오픈(WCO)' 2012년 행사를 중동에서 개최할 것을 참석자들에게 제안했다. 2년마다 열리는 '세계문화오픈'은 평화와 상생의 지구촌을 소망하는 세계 여러 나라의 지도자들이 결성한 다국적 문화단체인 WCO(조직위원장 홍석현)가 개최하는 대규모 문화축전이다.

◆석유를 넘어 문화로 만나자=김영희 중앙일보 대기자는 한국과 중동을 잇는 대화 창구는 마련돼 있지만 제대로 활성화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대기자는 "각국 정부는 자국의 이익을 우선 추구하기 마련이라 근시안적인 시각을 가질 수밖에 없다"며 "양쪽 젊은이들이 양측을 잇는 다리를 이용하는 것이 무척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젊은이들의 교류가 활성화할 수 있도록 국가가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튀니지의 살리흐 알부자 국회의원(작가협회장)은 "문명 간 충돌에 대한 우려가 크지만 튀니지는 문화적 차이를 극복하고 통합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동양 문화야말로 우리가 추구해야 할 가치를 잘 보존하고 있다고 생각하며 적극적인 교류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정희 한국정치학회 차기 회장은 "상대방 지역의 문학이나 철학에 대한 이해 없이 상대방의 정치현상을 이해하는 것에 부족함을 느낀다"며 "아랍과 동양의 철학을 서로 이해할 수 있는 지속적인 문화교류와 연구.지원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자비르 아스푸르 이집트 번역원 원장(장관급)은 ▶경제.사회.문화적 협력을 위한 지식인 위원회 ▶한국어-아랍어 공동 번역원 ▶ 양 지역 유학생 상호 지원 장학제도 등을 제안해 참석자들의 호응을 얻었다.

신연성 전 요르단 대사는 "최근 한국 정부는 연말까지 중동 지역에 3곳의 공관을 새로 설치할 정도로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이번 포럼은 정부와 민간이 함께 한다는 점에서 대단히 의미 있는 자리"라고 평가했다.

◆경제 교류도 한 차원 높이자=현재 에너지를 매개로 이뤄지고 있는 한.중동 경제교류도 적극적인 상호 투자 등 한 단계 업그레이드해야 한다는 주장이 쏟아졌다. 최상훈 SK인천오일 사장은 "지금까지 한국과 중동의 교류는 에너지에만 치중된 단선적인 것이었다"며 "한.중동 간 에너지 협력을 위한 대화 채널을 만들고, 에너지를 중심으로 다양한 산업과 문화 분야까지 아우르는 패키지형 교류방안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중동 최대 경제일간지인 '알아흐람 알이크티사디'(이집트)의 이삼 리파아트 CEO 겸 편집국장은 "이집트의 모든 분야는 한국에 열려 있는데 한국의 투자는 솔직히 기대에 못 미친다"며 "경제뿐 아니라 문화 분야까지 관심을 갖고 투자해 달라"고 주문했다.

원낙연 기자, 서정민 중동전문위원
사진=김상선 기자

☞◆한·중동 포럼=한국과 중동의 한 국가를 번갈아 가며 열리는 연례회의다. 한국과 중동의 주요 인사들이 지속적인 대화와 교류를 통해 양 지역 간 상호 이해, 우호 증진 및 교류협력을 확대.강화하는 것이 목적이다. 아프가니스탄 인질 사태와 같은 위기상황 발생 시 도움을 줄 수 있는 인적 네트워크 구축도 주요 목적의 하나다. 8월 12일 한.중동협회 한덕규 회장이 이집트에서 암르 무사 아랍연맹 사무총장을 만나 쌍방이 매년 포럼을 개최하기로 양해각서(MOU)를 맺었다. 2008년 제2차 회의는 이집트 카이로에서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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