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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 전문대가 ‘세무·회계 명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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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대학에는 공부하는 사람들로 가득해야 합니다. 다른 생각을 가진 교수나 학생은 저희 대학에 필요가 없어요. 그 대신 뚜렷한 목표를 가진 학생들이 자신의 목표를 최단시간 안에 달성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 주고 있습니다.”

휴전선 인근의 소규모 전문대가 각종 세무 관련 시험에서 무더기로 합격자를 배출하며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국내 유일의 회계세무 특성화 대학인 웅지세무대학(학장 최영한)을 설립한 송상엽(42·회계사·사진) 이사장은 젊은 나이에 탁월한 리더십으로 설립한 지 3년 여에 불과한 전문대를 명문대 반열에 올려놓았다.

송 이사장이 경기도 파주시 탄현면 금승리에 이 학교를 연 것은 2004년 3월. 1, 2학년생 전체가 980명(3개 학과)에 불과한 미니 2년제 전문대다. 이 대학은 개교 후 공인회계사 9명, 세무사 33명, 세무공무원 140여 명을 배출했다. 서울과 수도권의 중위권 종합대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지난달 발표된 공인회계사 최종합격자 2명과 세무사 14명이 이 학교 재학생과 졸업생들이다.

송 이사장은 서울 학원가에서 회계학 명강사로 이름을 날리던 인물이다. 1987년 연세대 경영학과 4학년 때 공인회계사 시험에 합격한 뒤 회계법인에서 일을 시작했다. 그러면서 『회계원리』『중급회계』등 16권의 책을 집필했다. 그리고 95년에 회계전문 학원을 설립해 지금까지 운영중이다.

“학원에서 자격증 시험을 준비하는 사람들을 가르치다 보니까 현재의 대학교육으로는 사회가 원하는 실무형 세무인력을 기르는 데 한계가 있다고 느껴지더라고요.”

그래서 그는 출판과 학원 운영을 통해 번 200여억원의 사재를 털어 아예 학교를 설립했다.

“대학 교육도 교양 중심에서 실용적인 쪽으로 방향을 틀어야 합니다. 저는 사회가 필요로 하는 ‘실무형 인재육성’을 목표로 우리 대학을 회계·세무 분야 특성화 교육의 메카로 만들 생각입니다.”

그는 자격증을 따기 위해 별도로 학원에 다니지 않아도 되는 대학을 만들었다. 세무·회계 관련 자격증을 따거나 이 분야 공무원이 되려는 학생들은 전문 학원에서 시험 준비를 하는 게 현실이다.

송 이사장은 이같은 점을 감안해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사람들로 교수진을 꾸몄다. 56명의 교수진 전원이 회계사나 세무사 자격증 소지자들이다. 그리고 다른 대학과 비교되는 독특한 학사운영시스템을 운영 중이다. 이 학교는 중간, 기말고사가 없는 대신 토요일마다 시험을 치른다. 상대 평가 제도를 도입해 학업성적이 부진하거나 품행에 문제가 있는 7∼8%의 학생들을 매년 퇴교 조치한다. 일반 대학에서는 찾아 보기 힘든 엄격한 규정들이다.

전교생의 95%가량은 기숙사에서 생활한다. 매일 오후 7∼10시 도서관에서의 자율학습은 학생들의 의무다. 여름·겨울방학에도 강의는 계속된다. 평점 3.0 이하인 학생들은 8주 동안 보충수업을 받아야 한다. 방학 중에 22개 과목의 특강을 개설해 전교생을 대상으로 선행 및 보충학습을 하는 것이다.

송 이사장 자신도 매주 8시간씩 회계학을 가르친다. 설립자라고 뒷짐을 쥐고 지시만 한다면 교수진과 학생들에게 모범이 되지 않는다는 생각에서란다.

전익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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