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돌이 고양이' 급증 6억원 들여 불임수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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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최근 서울 잠실 트리지움으로 이사한 문모(41.여)씨는 밤마다 아파트 단지를 돌아다니는 고양이를 보고 깜짝 놀랐다. 새로 입주한 아파트라 아직 정비가 덜 된 틈을 타 떠돌이 고양이가 무리 지어 돌아다니면서 음식물 쓰레기를 뒤지고 발정기 때마다 이상한 울음소리를 내 섬뜩할 정도다. 그는 "고양이가 나쁜 병을 옮길 수 있는 데다 아이들도 겁을 먹어 걱정된다"고 말했다.

서울시가 떠돌이 고양이와의 전쟁을 시작했다. 내년부터 주인 없는 고양이를 잡아 불임시술을 하기로 한 것이다. 지금은 잡은 고양이를 주로 안락사시켰다. 하지만 동물보호단체들이 반대하는 데다 효과도 작아 불임시술로 바꾼 것이다. 그러나 고양이 한 마리당 고양이 불임시술 비용이 지금보다 50%가 늘어 예산을 낭비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폭발적으로 느는 떠돌이 고양이=서울시 관계자는 "2004년 떠돌이 고양이가 3만 마리로 추정됐는데, 지금은 6만 마리로 늘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떠돌이 고양이는 집에서 도망 나오거나, 주인이 이사 가면서 버린 고양이들이다.

이러니 떠돌이 고양이를 처리해 달라는 시민들의 민원도 크게 늘고 있다. 2004년 223건에서 지난해는 577건이나 됐다.

◆안락사에서 불임시술로 전환=지금은 떠돌이 고양이를 잡은 뒤 주인이 30일 안에 나타나지 않으면 안락사시킨다. 동물보호론자들은 이런 처리 방법에 반대하고 있다.

여기에 떠돌이 고양이를 안락사시킨다고 해서 숫자를 줄이지 못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특정 지역에서 고양이를 없애면 남은 고양이의 번식력이 더 왕성해지고, 다른 곳에서 고양이가 들어와 원래의 수를 회복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서울시는 올해 강남구와 용산구에서 시범적으로 불임시술을 한 결과 민원이 각각 11%와 17% 줄어드는 효과를 봤다. 불임수술을 받은 암컷은 더 이상 발정음을 내지 않고, 수컷들도 온순해져 영역 싸움을 덜한다는 것이다. 번식력도 없어지기 때문에 고양이 숫자도 줄일 수 있다.

◆효과는 장담 못해=고양이 불임수술을 위해 내년에 들어가는 예산은 총 6억6000만원이다. 서울시와 자치구가 반씩 부담해 4000여 마리를 불임시술할 계획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고양이 한 마리를 안락사시킬 때는 10만원, 불임수술을 하면 15만원이 든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더 많은 예산을 들여 연간 4000마리 정도 불임시술을 하는 것으로는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떠돌이 고양이를 줄이지는 못할 것이라고 지적한다.

성시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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