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국익'대 '정동영 국익' 충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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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합민주신당이 22일 자이툰 부대 파병 연장안을 당론으로 반대하는 결정을 했다.

파병 연장은 미국 부시 대통령이 노무현 대통령에게 직접 요청한 사항이다. 신당의 반대 결정은 대선 국면에서 미국 이슈를 전면으로 쟁점화하며, 정동영 대선 후보를 진보.개혁 진영의 대표주자로 띄우는 전략의 성격이 짙다.

이날 저녁 정 후보 초청으로 오충일 대표, 손학규 전 경기지사, 이해찬 전 총리, 김근태 상임고문 5인이 모여 '파병 연장 불가' 당론을 재확인하면서 노 대통령의 청와대는 타격을 입게 됐다. 특히 노 대통령 내각에서 일했던 이 전 총리, 김 상임고문(전 보건복지부 장관)의 선택이 청와대에 충격을 주고 있다.

141석의 신당은 원내 1당이다. 이 때문에 청와대가 추진하는 파병 연장안의 국회 통과는 아주 불투명해졌다.

이에 앞서 신당의 당론 결정은 이날 오전, 의결기구인 최고위원회의에서 신속하게 내려졌다.

▶오충일 대표="우리의 평화를 위한다는 명목으로 다른 이들의 평화를 희생한다는 문제 제기가 있는데 아픈 얘기다."

▶김상희 최고위원= "파병 연장을 양해하는 분위기를 경계해야 한다."

▶이미경 최고위원="지난해 파병 연장을 할 땐 올 연말 철군을 전제로 했다. 당시 파병 연장을 통과시켰던 국회가 이제 책임을 질 때가 왔다."

▶정균환 최고위원="이라크전은 대량살상무기로 시작됐는데 그게 없었다고 한다. 그럼 (전쟁의) 원인무효 아닌가."

회의에 참석했던 오 대표, 김 최고위원(전 한국여성민우회 상임대표), 양길승 최고위원(전 참여연대 운영위원장)은 모두 시민단체 출신으로 원래부터 '파병 반대파'다.

최고위원회의 다른 축인 민주당 출신 김효석 원내대표와 정균환 최고위원은 청와대와 거리가 있다.

정 최고위원은 2002년 민주당에서 이른바 '후보단일화파'로 노무현 후보에 위협적이었다.

회의 직후 오 대표는 정 후보에게 이 같은 당의 입장을 정했다. 형식적으론 당이 먼저 결정하고 정 후보가 당론을 따르는 모양새를 취하며 정 후보의 부담을 줄여준 것이다. 그러나 지난주 오 대표와 정 후보는 파병 문제를 이미 논의했다고 한다.

◆청와대에 충격 준 5인 회의=저녁 5인 회의의 참석자 중 한나라당 출신 손 전 지사와 시민사회 출신 오 대표를 제외하면 모두 통일부 장관(정동영), 총리(이해찬), 보건복지부 장관(김근태)으로 노무현 정부의 각료를 지냈다.

친노(親 노무현)의 당내 수장 격인 이 전 총리조차 파병 연장 반대에 이견을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대미 관계를 강조했던 손 전 지사 역시 파병 연장 반대에 동의하며 정 후보에게 힘을 몰아줬다.

회의 결과를 발표한 최재천 의원은 "당과 선대위와 후보자는 모든 정책 결정에서 단합된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게 회의의 결론"이라며 "당내 이견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데 5인은 결연한 입장을 표명했다"고 말했다. 파병 연장 반대로 신당과 청와대의 관계는 새 국면을 맞게 됐다.

채병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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