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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진단>北美 3단계회담 이후 美의 단독주의 경계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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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美國외교의「지병」이라 할만한 것중에 단독주의(unilateralism)가 있다.동맹국이나 우호국과 당연히 미리 상담해야할안건에 대해 단독으로 결정해버리는 나쁜 버릇이다.
제2차 세계대전이후 20년간 미국은 사실상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이었다.같은 초강대국 蘇聯이 실제로는 미국에 필적할 수 없었던 사실은 쿠바위기(1962년)때 흐루시초프의 전면 퇴각에 의해 드라마틱하게 나타났다.
미국이 이러한「절대적인 힘」을 갖고 있을 때에는 단독주의에도나름대로의 합리적 근거가 있었다.
그러나 그후 30년간 미국은 국제적인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아졌다.걸프전에서 미국은 압도적인 군사력을 과시했으나 일본이나 독일의 재정적 공헌없이 싸울수 있는 경제력이 없었다.
이러한 사정에도 불구하고 이번 제네바에서 열린 제3차 北-美고위급회담에서 미국은 또다시 단독주의의 오류를 범했다.
한국정부도,일본정부도 왠지 이에 대해 불만이나 비판을 명확히하지않은 것은 도무지 이해가 안된다.
현재의 북한은 金日成은 죽었지만 황태자 金正日로의 권력이양은아직 정식으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러한 모호한 상태 때문에 한국정부는 金日成 말기에 합의한 남북정상회담에 어떻게 대처해야할지 신중히 고려중이다.이런 와중에 워싱턴은 서울과의 사전상의없이 北-美협의를 개최했으며 게다가 흑연감속로를 대신하는 경수로 제공이나 외교대표 부의 상호설치에 대한 합의까지 포함시킨 공동성명을 내기에 이르렀다.
북한의 흑연로를 경수로로 전환하기 위한 비용은 40억달러로 추산되고 있다.미국은 이 비용을 부담할 능력이 없으므로 한국이나 일본이 부담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하고 있다.
아무런 상담도 없이 제멋대로 가당치않은 양보나 약속을 북한측에 해놓고 그 빚만을 일방적으로 한국이나 일본에 돌리는 것은 정말 생각없고 무례한 태도다.최근 북한의 국가체제는 조직피로의한계에 달해 이러지도,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이런 국난을 극복하기위한 최후의 수단으로 평양은 작년 3월 핵확산금지조약(NPT)탈퇴선언이란 핵카드로 워싱턴의 양보를 끌어내기위해 오로지 전념해 왔다.
핵에 대한 합의와 北-美 국교수립을 거래함으로써 金日成체제에대한 미국의 보증을 얻고,그것을 기반으로 남북관계나 北-日관계를 다시 개척하자는게 북한의 전략이었다.
金日成 사후 평양정권의 최대 과제는 후계정권의 안정화다.
경제적인 궁핍,金正日의 취약한 카리스마와 리더십등 북한에는 지금 후계정권의 안정화를 보증할 요인은 없다.그렇게되면 점점 미국의 손도장을 받아두는 것 이외에는 달리 방도가 없게 된다.
그러한 북한의 實相을 충분히 분석한 후에 평양 새정권이 어떠한 출발을 보일지 신중히 바라보면서 韓日 정부와의 상의를 바탕으로 새로운 對北 정책을 재구축해야할 시점에 워싱턴은 단독주의적 수법에 의해 평양이 뜻하던대로 응했던 것이다.
한국전쟁,청와대 무장공비 습격사건,양곤.아웅산 테러사건,대한항공기 폭파사건등 한국은 과거 반세기동안 국가존망의 위기가 걸린 중대한 사건을 북한에 의해 경험해왔다.
미국도 북한을 테러리스트국가라고 인정하고 있을 것이다.그 是非曲直을 확실히 하지않은 채 북한의 핵카드에 이용되어 한국과 일본을 무시하는 미국의 단독주의에 절실한 반성을 요구하지 않으면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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