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통신사업법 개정방향-지분제한 없애 경쟁촉진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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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체신부가 최근 전기통신기본법과 전기통신사업법의 개정안을 발표하면서 개정안의 합리성을 놓고 통신사업에 참여하려는 업체들과 체신부간에,그리고 정부부처들간에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현재 논란의 핵심이 되고 있는 부분은 전기통신사업법에 있는 전기통신사업체의 持分제한에 관한 것이다.
우리나라의 기존 통신법령들은 91년에 전기통신기본법과 전기통신사업법으로 전면개정되었는데,그 당시 전기통신사업자의 지분제한에 관한 조항들이 전기통신사업법에 신설됐다.특히 有線전화의 경우 대주주의 지분을 10%,통신설비제조업체의 지분 을 3%이내로 제한하고 있다.
이번 개정안에서는 유선전화사업을 제외한 일반통신사업의 지분제한은 완화됐지만 3년전에 재계의 반대속에 신설됐던 대주주 지분제한과 설비제조업체들에 불리한 지분제한이 시정되지 않은 데서 설비제조업계의 반발이 일어난 것이다.
따라서 이번 논란은 현행법에는 문제가 없는데 개정안이 문제를만든 것이라기보다는 현행법에서의 문제점이 해결되지 못한 데 대한 통신사업 참여업체들의 반발에서 비롯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통신법령이 전면 개정될 당시 대주주 지분제한조항이 신설된 배경과 그중에서도 설비제조업체들에 불리한 지분제한조치가 가해진 배경이 서로 다르므로 이 두 문제는 분리해서생각해 보아야 한다.먼저 전반적 지분제한이 가해 진 이유는 경제력집중을 막기 위한 목적이 있었다.그리고 설비제조업체들에 더심한 제한을 가한 것은 적어도 명분상으로는 수직결합과 그로 인한 불공정거래의 가능성을 제거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러면 경제력집중문제부터 살펴보자.
경제학에서 이 문제를 다루고 있는 산업조직론에서는 한 시장에서 기업들의 독점력행사가 중요한 쟁점이 되고있을 뿐이지,우리나라에서 시사적으로 다루는 것처럼 재벌의 문제를 연구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에서의 재벌문제는 경제적인 분석 못지 않게 국민정서라는 다분히 정치적인 문제가 등장한다.
물론 국민정서가 용납하지 못하는 일들이 일어나면 국민들의 행복수준이 떨어질 뿐만 아니라 생산성의 하락 등으로 결국 경제문제를 야기한다.그러나 재벌문제에 대한 국민감정도 분해해서 생각해 봐야 한다.우리나라에도 세계적인 기업群이 있어 서 국가경쟁력을 높이는 부분에 대해서는 국민들이 반겨야할 것이다.
재벌에 대한 나쁜 감정은 거대한 기업집단이 개인이나 족벌에 의해 소유.지배되고 있고,이들이 때로는 비도덕적인 이익추구행위를 해 왔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稅政을 강화하고 경제정의를 수립하는 것이 해결책이지 재벌기업들의 생산적인 경제활동을 제약하는 것이 해결책은 아니다.
통신설비제조업에 대한 차별의 근거가 되고 있는 수직결합의 문제점을 생각해 보자. 현재 기업결합의 문제를 다루고 있는 공정거래법과 이 법의 시행을 담당하고 있는 공정거래위원회 모두가 수직결합에 대해서는 별반 금지의사를 밝히고 있지 않다.
그 이유는 경쟁제한의 효과가 수평결합처럼 직접적으로 심각하지 않고,두 개의 기업이 결합했을때 결합 전에 비해 기술진보다 비용절감 등으로 효율성이 제고되는 시너지효과를 기대할 수 있으며二重마진의 제거라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수직결합의 폐해를 내세워 설비제조업체들의 지분을 다른 기업들보다 더 제한하는 것은 수직결합의 문제를 본질적으로 다루고 있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입장과도 상치된다. 또한 수직결합의 폐단을 막기 위한 이러한 조치는 비관련업종의 기업이 대주주가 되도록 만들어 수직결합 대신 혼합합을 불러오게 되는데,이는 관련다각화 대신 비관련다각화를 가져오므로 상공부가 주관하는 정부의 업종전문화시책에도 어긋난다.그리고 개방화시대에 이러한 지분제한을 외국기업에강제할수 있겠는가 하는 실효성의 문제도 남아있다.
더욱 큰 문제점은 설비제조업체들이 대주주가 될수 있는 길을 봉쇄하게 될 때 기술진보다 비용절감등으로 효율성이 제고되는 시너지효과를 기대할수 없다는 것이다.
통신사업의 대주주는 시너지효과를 가장 크게 할수있는 기업이 돼야한다.
이를 위해서는 모든 기업에 동등한 참여기회를 부요하고,어느 기업이 대주주가 될 것인가는 시장기능에 맡겨 두어야 한다.가장큰 시너지효과를 통해 가장 많은 이윤을 낼수 있는 기업이 가장높은 가격을 지불하고도 대주주가 되려할 것이기 때문이다.
시너지효과가 아닌 불공정거래행위에 입각한 이윤을 노리고 참여하는 업체가 있다면 이는 공정거래법의 철저한 적용으로 다스려야할 것이다.
체신부의 입법예고에 나타난 전기통신사업법의 개정취지를 보면 개방에 대비하고 통신산업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것으로 돼있다그렇다면 경쟁제한이 아닌 경쟁촉진이라는 관점에서 지분제한은 재고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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