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사랑>청결은 國運의 척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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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영국의 국운이 승승장구하던 빅토리아 시대의 이사벨라 버드 비숍여사는 『한국과 그 이웃나라들』이라는 역저에서 1894년께 서울의 첫인상을 다각도로 묘사하고 있다.그중에서 서울의 불결함에 대한 언급,『나는 베이징을 보기 전까지는 서울 이 세상에서가장 더러운 도시가 아닐까 생각했다』는 대목은 여러가지를 생각하게 한다.
18세기 조선문화 절정기 謙齋 鄭(1676~1759)의 진경산수화나 진경지도에 보이는 서울의 모습은 쾌적한 공원도시의 면모가 뚜렷하다.자연의 실개천과 언덕과 나무와 숲속에 어우러진 주택가는 잘 정돈되어있고 은성한 도시적 양상을 보 이고 있다.
조선이 18세기 절정기를 이루고 19세기 쇠미기에 접어든 상태에서 찾아든 서구열강과 그에 편승한 일본의 침략은 조선왕조의해체를 가속화시켰다.정반대의 세계관과 가치관에 의해 무너져내리는 조선 사회의 이완현상은 곧 불결함으로 직결되 었던 것이다.
잘 되는 가정에 들어서면 우선 청소와 정리가 잘 되어 있고 가구들은 반짝반짝 윤이 나게 닦여있다.이러한 이치는 사회와 국가에도 그대로 적용되리라 생각한다.청결은 국운의 척도다.서울의청결 지수가 그리 낮다고 생각되지는 않는다.그러 나 국토가 쓰레기로 덮여가는 현상은 좋지 않은 조짐이다.그래서 신유학의 집대성자 朱熹(1130~1200)는 어린아이의 수신서인 『小學』을 청소하는 방법,즉 쇄소(灑掃)부터 시작한 것이리라.자신이 자고 난 자리,자신이 흘린 찌꺼기를 치우는 것이 교육의 첫걸음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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