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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토 - 무샤라프 '권력 분점' 밀약설 … 파키스탄 정국 혼란 속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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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파키스탄 정정이 혼란으로 치닫고 있다. 18일 8년간의 망명 생활을 마치고 귀국한 베나지르 부토 전 총리를 겨냥해 파키스탄 최악의 폭탄테러가 발생한 것은 혼란의 시작일 뿐이라는 게 전문가들 견해다. 국민이 원하는 민주화와 군사정부가 앞장선 이슬람 테러세력과의 전쟁 중 어느 하나도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어서다. 특히 부토 전 총리의 귀국으로 본격적인 군정 반대 운동이 벌어질 태세다.

부토는 지난달 무샤라프 정권과 권력 분점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내년 1월 총선이 끝나면 부토는 총리를 맡고, 무샤라프가 대통령을 맡는다는 게 핵심이다. 이를 바탕으로 무샤라프는 18일 부토의 귀국을 묵인했다. 지난달 10일 해외 망명 7년 만에 귀국을 시도했던 나와즈 샤리프 전 총리를 공항에서 부패 혐의 등을 들어 추방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샤리프는 무샤라프와의 타협을 거부하고 군정 종식과 민간정부 수립을 요구해 왔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부토가 군부와 거래를 했다고 비난하고 있다. 그러나 부토가 18일 귀국 직후 "파키스탄의 민주화와 테러 종식을 위해 귀국했다"고 말했다. 파키스탄 정치 전문가인 펀자브대학 정치학과 하산 아스카리 교수는 AFP에 "부토는 내년 총선까지 무샤라프 지지를 받아 총리에 오른 다음 권력 분점이 아닌 민간정부 수립을 시도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그의 측근들도 군사정권과의 권력 분점에 동의하지 않고 본격적인 민주화 투쟁을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달 6일 대선에서 승리한 무샤라프 대통령의 대선 후보 자격 문제도 민주화 운동을 지필 불씨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파키스탄 대법원은 17일 현직 군 참모총장인 무샤라프의 대선 후보 자격 여부에 대해 판결을 내리려 했으나 헌법소원을 낸 야권의 요구로 일단 다음주로 심의를 미뤄 놓은 상태다. AFP통신은 무샤라프의 후보 자격을 합헌으로 판결할 경우 야권과 민주인사들의 반발이 예상되고, 불법이라고 판결할 경우 군부가 계엄령 등으로 강하게 반발할 가능성이 있어 향후 파키스탄 정국은 민주화 문제로 혼란이 불가피하다고 분석했다.

지지부진한 대테러 전쟁도 골칫거리다. 부토도 이슬람 테러 세력을 소탕해야 한다는 데는 미국이나 무샤라프 정권과 의견을 같이한다. 하지만 이슬람 전문가인 샤파트 마무드는 "부토는 두 번이나 총리를 지냈지만 이슬람 테러 세력과의 전쟁을 수행해 본 적은 없다"며 "설사 그가 민주정부를 세운다 해도 효과적인 대테러 전쟁을 수행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홍콩=최형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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