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책갈피] 지구 온난화 해결책은 ‘탄소 격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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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미친 기후를 이해하는 짧지만 충분한 보고서
슈테판 람슈토르프 외 지음,
한윤진 옮김,
도솔,
238쪽, 9800원

20대에게 80세까지 보장되는 보험을 들라 하면 몇 명이나 솔깃해할까. 곧 노령화 사회가 오고 지금 준비해야 늦지 않는다고 아무리 말해봤자 소용없다. ‘난 영원히 청춘일 것 같은데’ 라며 그 심각성도, 현실성도 귀에 들어오지 않을 터다. 지구온난화도 마찬가지다. 사람들은 문제의 심각성은 알고 있지만 매일 보는 일기예보만큼도 관심을 쏟지 않는다. 당장 피해가 느껴지지 않으니 설마 하며 손을 놓고 있는 셈이다.

포츠담 기후영향연구소장이자 기후 과학 권위자인 두 저자는 이 책을 통해 기후 변화의 문제와 과제를 친절하게 알려준다. 분량은 많지 않지만 ‘보고서’라는 제목이 딱 들어맞을 만큼 기승전결의 구성이 알차다.

눈에 띄는 점은 출발점을 과거 지구온난화가 발생했던 5만5000년 전으로 두었다는 것. ‘기후변동=인간의 환경오염 탓’이라는 편견을 버리는 대신 자연적인 기후 주기에 따른 것일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이런 객관적 시각은 뒤에 결국 독자가 예상했던 주장이 반복되더라도 충분한 타당성을 만들어낸다.

이어지는 장들도 그리 낯설진 않다. 빙하가 녹아 내리는 알프스 산맥과 기상이변 등을 설명하고, 기후보호 조치를 반대하는 로비활동과 잘못된 언론보도를 꼬집는다. 흥분된 목소리 없이 객관적 데이터에 근거를 둔다는 점이 이 책의 미덕이다.

독자가 궁금해하는 대안은 뭘까. 일단 기술적 방법으로는 ‘탄소 격리’가 제시된다. 산업적으로 사용되는 화석연료의 이산화탄소를 해저·암반 등 저장소에 보내 대기로부터 격리하자는 것. 태양열·풍력 등의 활성화도 빼놓지 않는다.

최후의 보루는 개인과 시민단체의 역할이다. “세계적으로 사고하고 지역적으로 행동하라”라는 슬로건이 이를 뒷받침한다. 영국인은 1인당 연 평균 다섯 개의 기구를 띄울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데, 그 양을 2개 규모로 줄이자는 캠페인이 벌어진다. 국가간이 아닌 개인끼리 탄소 거래권을 이용하자는 내용도 있다. 결국 이 문제도 ‘사람만이 희망이다’.

이도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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