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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주의아담&이브] 숟가락과 개의 차이

중앙일보

입력

아무리 사람은 자기가 보고 싶은 대로 본다지만, 쓴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인터넷에서 한 네티즌이 ‘여성상위 체위’가 영어로 ‘선교사 체위(Missionary Position)’라는 논거를 대며 미국의 선교사가 ‘점잖은 우리나라’에 여성상위 체위를 들여왔다고 주장한 글을 봤기 때문이다.

  물론 틀린 말이다. 성행위는 ‘만국공통어’와도 같은데 우리나라에만 유독 여성상위가 없었을 리가 있겠는가. 이를 가리키는 ‘감투거리’라는 순우리말도 있다. 그리고 영어의 ‘선교사 체위’는 여성상위가 아니라 정상위를 가리킨다. 우리말에는 레즈비언의 섹스인 ‘밴대질’, 게이의 성행위인 ‘비역질’ 등 야릇한 성행위를 가리키는 말은 많지만, 체위를 가리키는 말은 적은 편이다. 이와 달리 인도유럽어 권역에는 성행위를 가리키는 말이 많다.

  영어로 후배위는 ‘견공(犬公) 체위(Doggy Position)’, 여성상위는 ‘목동소녀 체위(Cowgirl Position)’, 측면위는 ‘숟가락들(Spoons)’로 부르며 이들 체위 안에도 수많은 ‘변종 체위’의 이름이 있다. 그만큼 체위에 관심을 많이 가졌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중국의 ‘황제내경’, 인도의 ‘카마슈트라’, 아랍의 ‘비밀의 정원’ 등 세계의 성전(性典)에는 수 십 개에서 수 백 개의 체위에 대한 기록이 있다.

  체위의 우열에 대해서도 수많은 의학자와 수많은 ‘심심한 사람들’이 논쟁을 벌이고 있다.

  일부에서는 여성상위가 여성이 오르가슴에 오르기에 가장 좋다고 한다. 여성이 자신의 성감대를 능동적으로 자극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이다. 어떤 사람은 질 입구에서 2㎝ 정도에 있으며 ‘아몬드 점’, ‘환상의 오아시스’ 등으로 불리는 ‘G점’을 자극하기에 좋다는 이유도 추가한다. 일각에서는 깊숙한 자극이 가능하다는 이유에서 후배위가 최고의 체위라고 주장하며 일부에서는 가장 편안하고, 밀착이 가장 쉬운데다 다양한 변위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선교사 체위’가 최고라고 반박한다.

  하지만 체위에 어떻게 정답이 있겠는가? 사람마다 지문이 다르듯, 여성마다 음부의 모양과 성감대의 분포도가 다르므로 자극의 포인트가 다를 수밖에 없다.

  게다가 여성은 성기보다는 뇌로 성행위를 하는 지구상의 ‘유일한 동물’이다. 뇌는 대체로 새로움을 추구하고 겪을 때 만족도가 커진다. 체위도 성감대의 차원이 아니라 새로움의 차원에서 이해해야 할 것이다. 선교사, 개, 목동소녀, 숟가락에서부터 이들 ‘4대 체위’의 아종(亞種)까지, 바꾸고 또 바꾸는 것이 만족감을 높일 가능성이 크다. 이를 위해서는 연구가 필요하다. 섹스는 수양이고 공부라는 금언이 틀리지 않는 듯하다.

이성주 코메디닷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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