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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 정동영 한 자리서 첫 연설 대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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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이명박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左)와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대통령 후보가 18일 서울 워커힐호텔에서 열린 세계지식포럼 행사장밖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사진=강정현 기자]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와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가 18일 경제 정책 기조를 놓고 격돌했다. 서울 워커힐호텔에서 열린 세계지식포럼에서다.

이 후보는 "양극화를 해소하는 성장"을, 정 후보는 "차별 없는 성장"을 강조했다. 이 후보는 그러나 보다 시장을 중시하는 모습을, 정 후보는 분배에 무게를 두었다.

두 후보는 연설 도중 영어 실력 경쟁도 벌였다. 국제행사였던 탓에 참석자 중엔 외국인이 많았다. 이 후보는 연설 후 첫 질문을 영어로 받자 통역 없이 곧바로 대답했다. 영어 연설을 검토했던 정 후보는 연설 시작 전 1분가량 영어로 간단한 인사를 했다. 두 후보가 직접 대면한 것은 대선 후보 선출 후 처음이다.

◆이명박 "말로만 평등교육 실제론 양극화"=이 후보는 "성장과 복지를 대립적으로 보는 건 낡은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의 친(親)시장적 입장이 불평등을 부추겨 결국 '20(가진 자) 대 80(못 가진 자)'의 양극화 사회를 만들 것이란 정 후보의 비판을 반박하기 위한 것이다.

이 후보는 서울시장 시절 노숙자 문제를 다뤘던 경험을 자기 주장에 인용했다. "노숙자에게 잠자리와 먹거리를 제공했지만 노숙자 문제가 해결되지 않더라. 자활 의욕을 북돋워 주는 교육과정을 거쳐 그들에게 맞는 일자리를 제공했을 때 비로소 희망을 가졌다. 노숙자 몇 명에게 일자리를 주고 하루에 5만원의 일당을 현금카드에 담아준 적이 있었다. 당일 술 마시는 데 5만원을 다 써버리는 것을 막기 위해 하루 인출할 수 있는 한도를 1만원으로 제한했다. 그리고 나머지 4만원에 대해 6%의 금리 우대를 해주었다. 그리고 1000만원을 모으면 임대주택을 제공하겠다고 했다. 그러자 미래가 없어 보이던 그들도 가족을 되찾을 의욕을 갖고 자활 능력을 갖춰 사회적 낙오자에서 벗어나기 시작했다."

이 후보는 "불특정 다수의 저소득층을 막연하게 지원하기보다 사회적 약자를 명확하게 구분하고 집중적으로 지원해야 한다"며 "그래야 복지정책의 효율성도 높아지고 재정 건전성도 확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평등주의적 교육 철학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이 후보는 "말로는 교육 평등을 외치면서 실제론 교육 양극화를 초래하는 교육 현실을 타파해야 한다"며 "30조원 이상의 사교육비가 드는 지금 상황에선 (가난한 집안 출신으로 성공한) 나와 같은 사람을 만들어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정동영 "나는 포장지 상태, 진품 보고 국민이 평가할 것"=정 후보는 경제.외교.교육 등 다방면에 걸쳐 이 후보와 대결구도를 부각하는 데 초점을 뒀다. 그는 "운하는 (중국의) 수나라.당나라 이후 새로 판 적이 없는 시대착오적이고 환경 파괴적인 토목 프로젝트"라며 "나는 항공우주산업을 육성하는 데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항공우주산업은 경제적.기술적 파급효과가 조선과 자동차의 세 배"라며 "2025년까지 달나라에 과학탐사기지를 설치하겠다"고 공약했다.

정 후보는 남북 관계에 대해서도 "야당이 집권하면 남북 관계가 상당 기간 표류하거나 후퇴할 것이고 한국은 구경꾼의 위치로 전락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전매특허 격인 '개성공단' 세일즈에 나섰다. 그는 "한국은 성장잠재력의 4요소인 토지.자본.노동.생산성에서 모두 벽에 부닥쳐 있는데 개성공단은 대한민국의 제조업을 부흥시킬 수 있는 블루오션"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저녁 한 방송사의 토론회에 출연, 이 후보에게 뒤지는 여론조사 지지율에 대해 "지금은 (나는) 상품으로 말하면 포장지 상태"라며 "뜯어서 진품을 보이면 (국민에게서) 제대로 된 평가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치는 생물이고 지지율도 생물"이라며 역전을 자신했다.

그는 서해 북방한계선(NLL) 재설정 문제에 대해선 "서해 평화를 정착하면 한반도 위협 요소가 사라지는 게 본질"이라며 "기본적으로 영토의 경계선은 있지만 세계적으로 영해는 있어도 해상의 영토 개념은 없다"고 말했다. 정 후보는 그러나 "1992년 남북합의서대로 NLL은 유지된다"며 "긴장의 바다를 고기도 잡고 서로 이익도 얻는 상생의 바다로 만드는 실용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고정애.김정하 기자 , 사진=강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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