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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 파묻힌 김순남 재조명-KBS 광복49주년 특집프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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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해방전후 한국음악 최고의 작곡가로 꼽히는 월북작곡가 金順男(1917~1986)의 음악세계를 재조명하고 숨겨진 이야기등을 들어보는 자리가 광복49주년 기념으로 마련됐다.9일 오후7시부터 KBS신관 공개홀에선 녹화된 특집「민족을 노래 한 작곡가 김순남」에서 선보인 김순남 음악의 구체적 형태는 음악의 문외한도「우리의 음악이다!」라는 공감대를 이룰 수 있는 선율들이었다. 바이올리니스트 김남윤씨(한국예술종합학교교수)가 깔끔하게 연주한 독주곡『이른 봄』은 20세기초 발전한 현대음악적 요소와 우리의 정서가 절묘하게 어우러진 보기드문 역작이었다.
특히 해방공간에 그가 작곡했으나 40여년간 묻혀오다 91년12월 그의 외동딸 金世援씨가 미군 피아니스트 헤이모위츠씨로부터발견한 미완성 피아노 협주곡을 여러사람이 감상해보는 뜻깊은 시간이기도 했다.
김순남의 외동딸인 방송인 김세원씨는 눈물을 글썽이며 약 50년간 파묻혀오다 국내 음악인들과 방송에 의해 재조명받는 무대를지켜보며 미국.舊소련 등지에서 아버지의 자료들을 발굴해 내던 일들을 회상했다.
김순남이 남긴 4편의 자장가에 대해 김세원씨는『3세때부터 아버지를 보지 못했으나 어렸을때 서울 아현동 고개에서 동냥하는 母子가 부른던 구전 자장가를 아버지가 채록하신 것을 기억하고 있다』고 말해 그가 어린이를 위한 음악에도 깊은 관심을 가졌음을 감지할 수 있었다.
KBS어린이 합창단이 부른 동요『기차』와 테너 박성원씨등이 부른 자장가등은 김순남이 여러 장르에 걸쳐 우리 음악을 발전시키는데 기여했음을 이해하게 한다.
김순남의 절친한 지우였던 음악평론가 朴容九씨는 일제때는 물론해방공간에서 주옥같은 우리 선율을 만들어냈던 민족 음악의 큰 자산인 천재작곡가를 민족분단과 이념 대립으로 잃게 됐다고 지적했다. 한국음악학자인 魯棟銀교수(목원대)는 직접 간단한 試演까지 곁들이면서 그의 작품이 민요적인 특성을 양악에 녹아들게한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魯교수에 따르면 김순남은 바르토크.스트라빈스키등의 현대 음악기법을 최초로 익힌 한국 음악가이면서도 서양음악에 안주하지 않고 국악원등에서 전통악기를 익히고 민요를 다수 채집하는등 우리의 음악어법에 맞는 민족음악 양식을 만들어 냈다는 것이다.
그러나 소규모 방송 공연무대인 이유로 김순남 작품의 백미라고할 수 있는 제1교향곡등 오케스트라곡을 들을 수 없었다는 아쉬움은 남는다.
KBS 제1TV는 14일 오전8시50분부터 70분동안 광복절특집으로「민족을 노래한 작곡가 김순남」을 방송한다.
〈蔡奎振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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