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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해는뜨고 해는지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제1부 불타는 바다 땅끝에 선 사람들(51)몸을 돌려 저벅저벅 야마시타가 방파제 쪽으로 사라져갔다.
『똥자루처럼 작달막한 놈이 성깔 하나는 더럽네.』 조씨가 여전히 얻어맞은 어깨를 주물러대면서 침을 퉤 뱉었다.
『사람 생긴대로 논다더니… 이거 아닌 밤중에 무슨 봉변이야.
』 『우리가 잘못이지요.밤에 나와서 떠들고 있었던 게,아무래도뭔가 수상했나 보지요.』 『맞은 놈은 나여,뭔 잘못이 있다고 사람을 개패듯 후린다는 거여?』 『내일 오라니 가볼 수밖에요.
하루살이가 하루 살지 이틀 살겠습니까.』 『아,이빨 아파서 그나저나 눈 한숨 못 붙이고 있는데 이건 엎친데 덮친다고 두들겨맞기까지 안 하나,나 원 이래서 사람 살겠나.』 『눈을 붙여 보시지요.잠이 보약이라고 안 합니까.』 『거 자네는 부처님 가운데 토막같은 소리는 잘도 하네 그려.』 투덜거리는 조씨를 뒤로 하고 길남은 계단을 올라갔다.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려다가그는 고개를 돌려 하늘을 한번 쳐다보았다.별빛도 없는 하늘이 캄캄했다.갑자기 가슴이 서늘해지면서 자신에게 안겼던 화순이의 얼굴이 다가왔다.옆구리 어 딘가가 저릿저릿 울리는 것만 같다.
눈을 감으며 길남은 길게 숨을 들이마셨다.이게 그런 건가.내가여자 하나를 좋아하게 된 건가.
다음날 아침 식당에서였다.
『족제비도 낯짝이 있고 빈대도 콧등이 있다더라.』 무슨 이야기 끝인지,왁자지껄 떠들며 덕수네 패거리가 식당안으로 들어오다가 길남이 앉아 있는 것을 보았다.덕수가 다가오면서 말했다.
『야,길남아,그러지 않아도 널 찾아다녔다.』 『날 왜?』 『밥 잘 먹고 똥 잘 싸나 해서.』 『아침부터 실없는 소리 말고,네가 날 찾을 일이 없는데 뭐냐.』 『노무계에서 너 오라는데?』 결국 그 일인가.찾는 거야 각오를 하고 있었다만 무슨 먹고 살 일 났다고 이렇게 일찍 서둘고 난리여.길남이 자리에서 일어서며 밖으로 걸어나갔다.
『무슨 일이 있었냐?』 『무슨 일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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