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폴 공개수배 아동 성추행범 폴 닐 "국내서 4년 반 영어강사 활동"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아동 성추행 혐의로 인터폴(국제형사경찰기구)의 수배를 받고 있는 캐나다인 용의자 크리스토퍼 폴 닐(32)이 7년 전부터 한국에서 영어교사.강사로 활동해 온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청 관계자는 17일 "닐은 2000년 처음 한국에 입국해 서울.경기도 성남 등 수도권에서 영어학원 강사와 학교 영어 원어민 교사로 활동해 왔다"고 전했다. 이어 "닐이 국내에 체류한 기간은 올해 8월 입국해 광주의 한 외국인학교에서 근무했던 2개월까지 합쳐 모두 4년 반가량"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경기도 교육청에 문의한 결과 닐은 지난해 3월부터 올해 2월까지 경기도의 한 고등학교에서 영어 강사로 일했다. 교육청 관계자는 "닐은 계약기간이 끝난 뒤 스스로 재계약을 포기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해당 학교 교사들은 닐이 술도 거의 마시지 않을 정도로 순진한 사람으로 기억하고 있었다"며 "성추행 범죄를 저질렀다는 것을 알고 당시 동료 교사들도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8월 15일부터 1년간 계약을 맺고 광주의 한 외국인학교에서 교사로 근무해 오다 인터폴이 자신의 얼굴을 공개한 지 이틀 뒤인 이달 11일 태국 방콕으로 출국했다.

경찰 관계자는 "닐의 예전 근무지 관계자들과 학생들을 상대로 성추행 사건 발생 여부를 조사 중이지만 아직까지 국내 범행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닐은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의 취업정보 교환 사이트인 '데이브의 DSL카페'에 '피터 잭슨'이라는 가명으로 지난해 4월부터 최근까지 321건의 글을 올린 것으로 밝혀졌다. 이 글에는 국내 여러 도시를 옮겨 다니며 주로 원어민 강사로 일해 온 그의 행적이 고스란히 나타나 있다.

그는 게시글에서 2000년 처음으로 한국에 왔다고 밝혔다. "첫 방문길에 가방에 성인용 잡지 두 권이 들어 있어 조마조마 했었다"며 "세관 검색대를 통과하기 위해 성인 잡지를 비행기 화장실에 버렸다"는 글도 남겼다. 모국인 캐나다에서 청소년 상담 담당 군목으로 근무하고 신학교를 다닌 경력도 있는 그는 2002~2004년 6세에서 10대 초반에 이르는 베트남.캄보디아 출신 소년 12명을 성추행하고 해당 사진을 인터넷 게시판에 올린 혐의를 받고 있다.

최선욱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