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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취재일기

그래도 특목고 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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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2008학년도 서울.경기 지역 15개 외국어고의 특별전형에 1만8300여 명이 지원했다. 지난해보다 특별전형 정원이 140여 명 줄었지만 지원자는 3000명 가까이 늘었다. 정부는 지난해부터 노무현 대통령과 김진표 전 교육부총리, 김신일 교육부총리가 나서 '우리 교육의 근간을 흔드는 세력'이니 '실패한 정책'이니 하는 말로 특목고 때리기를 계속했다. 각 대학에는 특목고 학생들에게 불이익을 주기 위해 고교 내신(학생부) 반영 비율을 높이라고 압박했다. 그러나 특목고 진학을 위한 학생.학부모의 열기는 식지 않는다.

H학원 임성호 이사는 "예전에는 학부모들이 A외고에 가려면 이 성적으로 가능한지를 물었다. 올해는 트렌드가 바뀌었다. 이 성적으로 아이가 어떤 외고를 갈 수 있는지 물어 온다"며 특목고 열기를 설명한다. 과거에는 특정 외고를 목표로 삼았지만, 지금은 외고면 어디든 된다는 심리가 강하다는 얘기다.

올해 경기 지역 외고 지원자가 늘어난 것과 같은 이유다. 경기지역 외고 정원은 19명 늘었을 뿐인데 지원자는 지난해보다 3800여 명이나 늘었다. 경쟁률이 지난해 5.8대 1에서 8.4대 1로 치솟았다(수치는 서류접수에 따라 다소 차이날 수 있음). 경기도지만 기숙사 시설도 있고 대입 진학률도 좋아 서울 학생들이 경기 쪽으로 대거 지원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서울 지역 6개 외고는 시 교육청과 협의 하에 '중학교 공교육 정상화'를 꾀한다는 취지로 올해 입시에서 내신 실질 반영률을 30% 이상으로 올렸다. 2009학년도엔 40% 이상이 된다. 내신이 불리해진 학생들이 경기 지역으로 옮아간 또 하나의 원인이다. 공교육 정상화라는 명분으로 한쪽을 누르니 다른 쪽이 부풀려지는 '풍선 효과'가 외고 문제에서도 생긴 것이다.

특목고 지원 열기에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초등생부터 입시학원에서 특목고→국내외 명문대 코스의 기나긴 '입시 여정'을 떠난다. 특목고 진학을 위한 사교육비는 학부모들에게 큰 부담이다. 그러나 이 모든 문제가 특목고로 인해 생긴 것은 아니다. 3불(본고사.고교등급제.기여입학제 금지)정책을 근간으로 한 정부의 교육정책이 실패로 돌아간 때문이다.

경기 지역 K외고로 지원한 최모(15)양의 어머니는 "아이를 일단 외고에 보내야겠다는 생각"이라며 "대학 입시에서 특목고가 불리하다지만 좋은 교육 환경 등 얻는 게 있으면 잃는 것도 있는 게 아니냐"고 말했다.

배노필 사회부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