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곳 중 1위 정보진흥원 … 알고보니 3년간 허위 보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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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수천억원의 예산을 쓰는 산하기관의 경영평가를 부실하게 하고도 이를 제대로 바로잡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해당 기관이 거짓으로 꾸민 보고서를 가려 내지 못한 채 높은 점수를 매겼고, 이를 뒤늦게 알고도 쉬쉬했다. 특히 이 기관은 최근 3년 내내 허위 경영보고서를 냈지만 그동안 한번도 지적을 받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기획예산처는 지난 6월 75개 정부산하기관 중 정보통신부 산하의 한국정보사회진흥원(NIA.옛 한국전산원)을 가장 경영을 잘한 기관으로 선정했다. 이 기관은 전체 평균 점수(72.3)보다 12점 이상 많은 84.5점을 받아 1위를 차지했다. 이에 따라 NIA의 임직원은 월평균 기본급의 180%에 해당하는 성과급을 연말에 받을 예정이고, NIA는 기관 건물에 '2006년 정부산하기관 경영평가 1위'라고 쓰인 대형 현수막까지 내걸었다. 그러나 이 평가 결과에는 큰 오류가 있었다. NIA가 비정규 직원(전체 직원의 30%)에 지급한 급여를 고의로 빼고 작성한 임금 지급 총액을 그대로 평가한 것이다.

기획예산처는 그러나 이런 사실을 지난달 초 파악해 평가점수를 낮추고도 한 달 넘게 공표하지 않고 있다. 기획예산처는 평가에 오류가 발견되면 이를 반영한 수정 평가서를 다시 만들어 국회에 보고하고, 공표했었으나 이번엔 그러지 않았다.

특히 이번에 문제가 된 임금 항목은 기획예산처의 소관 업무다. 기획예산처는 정부 산하기관의 임직원이 받는 임금 수준을 매년 결정한다. 경영평가 진단시스템이 제대로 작동되면 어렵지 않게 가려낼 수 있는 내용이다.

NIA는 얼마 전 축하 현수막을 건물에서 떼어내고, 해당 실무자 2명을 직위해제했다. 그러나 임직원 300여 명에게 성과급을 그대로 주기로 결정했다. NIA 측은 "이번 일은 실무자의 단순한 실수로 빚어진 것이며, 임금 지급 항목에 비정규직의 급여를 포함해도 순위 변동은 없을 것"이라고 항변했다.

하지만 허위 자료로 밝혀지면 NIA는 감점을 받아 평가 순위가 내려갈 수밖에 없다. 또 정보통신 업계에 따르면 NIA는 이번뿐 아니라 지난 3년간 같은 방식으로 임금 관련 경영보고서를 제출했고, 한번도 기획예산처의 점검 시스템에 걸리지 않았다.

이에 대해 정부 산하기관의 한 관계자는 "드러나지 않은 허위 보고 사례가 적잖을 것"이라며 "이런 일 때문에 공기업 경영이 방만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국민의 눈총을 받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나성린 교수는 "공공기관 및 산하기관에 대한 평가는 투명하고 정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나리.김원배 기자

◆한국정보사회진흥원=국가 정보통신 인프라를 구축하고, 공공기관의 정보화 사업을 지원하기 위해 1987년 만들어진 특수법인. 지난해 예산은 6000억원 규모다. 직원은 비정규직 80여 명을 포함해 300여 명. 현 원장은 정통부 차관 출신인 김창곤(58)씨로 2005년 5월 취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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