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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명제1년>5.주가 차별化 증시 달라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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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주민등록증 없이 은행 갔을때 불편한 것 말고 뭐가 달라진게있느냐.』 지난 6일밤 방영된 시행 1년을 맞는 금융실명제에 대한 TV토론회에서 한 방청객이 한 말이다.감춰야할 재산이 없는 입장에서는 1년간 피부에 와닿는 변화가 별로 없다는 얘기다. 그렇지만 주식투자자들의 평가는 다소 다른 것 같다.
특히 경험많은「고참」일수록『실명제 이후 場勢가 변했다』는 말을 자주 한다.그 변화는▲기관투자가의 영향력 증대▲기업 내재가치의 중시란 표현으로 요약된다.
실명제 논의때 제기됐던「실명제 실시=주가 폭락」은 기우였다.
그렇지만 주가상승의 「내용」은 전과 같지 않았다.
지난해 8월말부터 종합주가지수 頂點인 올2월2일까지 5개월동안 종합주가지수는 46% 상승했다.그렇지만 종목별로는 등락이 크게 엇갈렸다.이 기간중 泰榮.三星화재.韓國이동통신.萬鎬제강.
데이콤.浦項제철.泰光산업.現代건설.長期신용은행.三 星전관등 64종목이 두배이상 급등했다.주요업종의 대표기업이거나,땅과 유가증권등 가진 재산이 많거나,자본금에 비해 수익이 컸던 종목들이다. 반면 같은기간중 50여종목은 30% 이상의 하락폭을 기록했다.모두 8월말 당시 가격이 1만원대 안팎인 低價株들이었다.
「주가 差別化」로는 성에 차지 않아「兩極化」란 말이 유행했다.
이 기조는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와 함께 투신사.증권사.은행으로 대표되는 기관투자가들의 시장영향력이 높아졌다.증권거래소 통계에 따르면 92년 기관이 주식매매에서 차지한 비중은 평균 14.3%였고 93년 8월말까지도 20.6%였다.그러나 실명제 실시이후인 9월부 터 12월까지 넉달동안은 평균 27.5%,올 7월말까지는 29.1%로 빠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반면 같은 기간 개인비중은 83.3→75.5→69.1→68.3%로 줄었다.
기관비중 확대나 기업내재가치 중시는 모두 이른바「선진 주식시장」이라는 歐美시장의 모습을 닮아가는 것이다.따라서 실명제를 계기로『證市발전의 싹이 조금씩 자라고 있다』는 평가도 가능하다. 하지만「그림자」도 없지는 않았다.
「금융거래의 비밀보호」가 강조되면서 불공정매매 혐의자에 대한계좌조사가 벽에 부닥쳐 증권감독원과 증권거래소의 시장감시활동이큰 차질을 빚었다.이에 따라 지난5월 이후에는「작전설」이 꼬리를 물었고 대표적인 금융기관의 펀드매니저들이 그 주역으로 거론되기도 했다.
〈李 準기자〉 이에 따라 재무부는 최근 실명제 긴급명령및 그시행령에 대한 새로운 유권해석을 내려 금융감독기관의 자료요구권한을 보강하는등 후속조치에 나섰다.
이처럼 일부 부작용 속에서 주식유통시장의 모습을 바꾸어 놓았지만,다른 금융권과 마찬가지로 증권계에도 금융실명제가 정착되려면 아직도 넘어야 할 산이 많다.借名계좌및 위장분산지분 대부분이『일단 현재 명의로 실명확인된 상태』라는 점을 감안할때 배당소득에 대한 종합과세가 이루어질 경우 한차례 홍역이 불가피한 실정이다.96년말까지 거론치 않기로 돼있지만 주식양도 차익에 대한 과세논란 역시 한차례 거론될 가능성이 크다.
이밖에 최근의 시장변화를 뒷받침할 시장제도및 금융제도의 개선역시 중요과제로 꼽히고 있다.대표적으로 기관투자가간의 상호견제및 경쟁을 가능케할 유가증권 투자신탁업의 對內개방과 우량기업의자금조달에 대한 규제완화,정부의 주가관리정책 철폐등이 거론된다. 실명제 이후 나타난 바람직한 시장변화가 단지「일시적 현상」에 그친다면 금융실명제의 의의 역시 퇴색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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