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me] 일본 톱스타 초난강 “한류, 반짝 인기 아닌 일본 문화로 정착 ”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2면

일본 대중문화를 조금 ‘안다’는 이들에게 ‘초난강’(33)은 늘 난감한 존재였다. 2002년 양 볼을 빨갛게 물들이고 나타나 “싸~라응~해요”라며 느닷없는 한국사랑을 고백했던 이 남자, 사람들은 그를 ‘한국을 좋아하는 일본 개그맨’ 쯤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일본에서의 ‘구사나기 쓰요시’는 20여 년간 일본 최고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아이돌 그룹 ‘스마프’(SMAP)의 멤버이자 ‘좋은 사람’ ‘내가 사는 길’ ‘일본 침몰’ 같은 드라마·영화에서 소시민을 대표하는 진지한 연기로 호평 받은 톱스타다.

 일본 드라마와 영화가 한국에서 점차 인기를 끌기 시작하면서 ‘초난강’과 ‘구사나기 쓰요시’는 차츰 그 간극을 좁혀가고 있는 중이다. 2001년 시작된 후지TV의 한류 프로그램 초난강(2004년부터 ‘초난강2’ 방송
중)을 7년간 한국어로 진행하면서 3개월에 한번씩 한국을 방문하는 그에게 새삼스럽게 인터뷰를 청했다. 인터뷰에서의 그는 초난강과 구사나기 쓰요시를 자유롭게 오가면서 코믹하게 한국어로 대답하다 돌연 심각하게 일본어로 긴 답변을 내놓았다. 인터뷰가 끝난 후에는 갑자기 한국어와 일본어를 같이 쓰니 헷갈린다며 “아~ 오늘도 머리가 복잡해요”라는 정체 모를 노래를 불러댔다.

 
 -초난강이 시작된 지 벌써 7년이 됐다. 그동안 수많은 한국 연예인이 이 프로를 통해 일본에 소개됐는데.

 “처음에 시작할 땐 이렇게 오래갈지 몰랐다. 개인적으로는 ‘한류 붐’ 같은 것은 생각하지 않고 시작한 일이었다. 이제 일본에서는 한국 연예인이 일상적으로 TV에 나오고, 한류가 일종의 ‘붐’이 아니라 하나의 문화로 정착됐다고 본다.”

 -자기가 혼자 아끼던 것을 많은 사람이 좋아하게 되면 열정이 식게 되는 경우가 있지 않나. 초난강의 한국에 대한 사랑은 어떤가, 여전히 변함 없나.

 “(한국어로)변함없어요. 지금은 많은 일본인이 한국 영화나 드라마를 좋아하지만 아직 장준환 감독이나 김기덕 감독 작품 등은 모르는 사람이 많다. 나는 그런 작품까지 거의 다 꼼꼼히 챙겨본다.”

 -점점 한국문화의 매니어가 되어가는가 보다.

 “그런 것 같다. 예를 들면 나는 아주 오래전부터 이병헌씨를 알고 있었는데, 요즘 주변에서 “저 이병헌 좋아해요”하면 “이제 와서?”하는 느낌이랄까.” (웃음)

 -최근 같은 그룹 멤버인 기무라 다쿠야가 한국을 방문해 큰 호응을 얻었다. 일본 스타의 한국 방문이 이어지고 있는데, 한국에 관심을 가진 첫 일본 스타로서 소감이 어떤가.

 “(한국어로)아주 좋지요. 멤버들이 한국에 올 때 나에게 한국어 인사말을 묻곤 하는데 앞으로 더 많은 일본 연예인에게 한국어를 가르쳐 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런 의미에서 보자면, 2000년대 초반 초난강의 한국 진출은 조금 시기상조가 아니었을까. 당시에는 일본 대중문화가 한국에 거의 알려지지 않은 때라서 당신이 일본 최고의 아이돌이라는 것도 모르는 사람이 대부분이었고, 결국 코믹한 이미지만 뿌리 깊게 남았다. 그런 부분을 아쉬워하는 사람도 많다.

 “한국 팬들이 그런 생각을 갖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다. 역시 처음 활동의 임팩트가 너무 강했던 걸까.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한국 활동을 통해서 얻은 것이 많기 때문에 불만은 없다. 나 역시 한국 사람들에게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고, 앞으로 더 열심히 할 생각이다. 한국어 공부도 더 많이 해야 한다.”

 -수많은 한국 배우나 감독들을 만났을 텐데 함께 일하고픈 사람은 있나.

 “많다. 안성기씨를 존경해서 만났을 때 무척 긴장했다. 송강호씨, 최민식씨는 꼭 만나보고 싶은 배우다. 좋아하는 감독도 많이 있지만 최근에는 김기덕 감독 영화를 많이 봤다. 김 감독 영화에 대사가 없는 역할로 불러주면 잘 할 수 있을 텐데. (한국어로)꼭 같이 일하고 싶어요.”

 -출연료가 적을지도 모른다.

 “(한국어로)괜찮아요. 출연료가 없어도 좋아요.”

 -술을 좋아한다고 들었는데 주량은 어느 정도인가.

 “한국 소주 10병까지 마셔봤다. 물론 다음날엔 움직이지도 못했지만(웃음). 폭탄주도 5잔까지 마실 수 있다. 술을 즐기는 한국 문화가 좋다. 한국을 좋아하다 보니 이제는 ‘한풀이’라든지, ‘시작이 반이다’라든지 이런 한국말도 무슨 뜻인지 막 이해가 된다. 한국인끼리만 아는 정서에 점점 물들어가는 것 같다.”
 

글=이영희 기자



후지TV ‘초난강2’ 프로그램은

한국어로 진행 … 한류 배우와 대담

 일본 후지TV에서 매주 토요일 오전 2시15분에 방송하는 ‘초난강2’는 100% 한국어로 진행되는 일본의 대표적인 한류 프로그램이다. 그동안 안성기·이영애·엄정화·김혜수·장동건·원빈 등 한국의 대표 배우가 소개됐다. 일본을 방문한 한국 연예인의 활동 모습은 물론 진행자인 초난강이 한국을 찾아 만난 연예인 인터뷰가 주로 방송된다.

 12~15일 진행된 서울 촬영에서 초난강은 최근 일본에서도 인기를 모으고 있는 공유를 비롯해 한지혜·김아중·한채영·유선·장혁(사진右)·신동욱, 그리고 ‘어깨 너머의 연인’을 만든 이언희 감독 등 12명을 인터뷰했다. 인터뷰가 하루 4건 이상씩 이어지는 강행군. 배우들을 만나기 직전까지 인터뷰 상대에 대한 자료를 꼼꼼히 읽고 질문을 준비하느라 분주한 모습이다.

 “오기 전에 ‘커피 프린스 1호점’ 봤는데 너무 재미있었어요. 개인적으로는 윤은혜씨 만나고 싶었는데, 주변에 여자 스태프가 많이 있다 보니 공유씨를 섭외하게 됐네요. 공유씨, 물론 너무 멋있었어요. 하하.”

 이영애·최지우 등 평소 좋아하던 여자 배우를 만날 때는 ‘팬’의 입장에서 정성스러운 선물을 준비한다. 이번에도 촬영일 다음날 생일을 맞은 김아중을 위해 케이크를 직접 샀다. 한국 연예계에 ‘빠삭한’ 만큼 질문도 자유롭다. 한지혜와의 만남에서는 “남자친구(배우 이동건)와는 잘 지내요?” “안부 전해주세요” 등 개인적 인사도 빼놓지 않는다.

 장혁과 인터뷰를 마친 초난강의 소감. “한국 배우들은 나이가 많지 않은데도 연기에 진지하게 임하고 주관이 뚜렷한 사람이 많아요. 저는 골치 아픈 일이 있으면 ‘될 대로 되라’ 하는데 한국 배우들 보면서 반성을 많이 해요.” 

이영희 기자

◆본 기사와 관련된 사진은 초난강씨 측 소속사의 요청으로 사용하지 않습니다. 관련사진은 중앙일보 18일자 종합 22면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