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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가 "노무현 대통령은 역시 KS 저격수" 괴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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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은 역시 KS 저격수였다.” 지난 15일 대통합민주신당의 손학규 후보가 경선에서 탈락하면서 ‘노무현=KS 저격수’ 괴담이 사실화됐다는 것이 정계 분위기다. KS는 ‘경기고-서울대 출신의 엘리트’를 가리키는 말로 정치권에서는 보증 마크로 통한다.

괴담은 노 대통령의 공개 비판을 받고 올 들어 대선 불출마를 선언한 범여권 주자 3명 고건 전 총리, 정운찬 전 총장, 김근태 전 열린우리당 의장이 모두 경기고ㆍ서울대 출신인 것을 빗댄 것이다. 이들 모두 자신을 ‘이명박 대항마’로 범여권 대선 후보의 적임자라고 주장했지만 노 대통령이 비판세례를 받은 뒤 결국 무릎을 꿇고 말았다.

노 대통령은 참여정부 초대 총리였던 고 전 총리를 겨냥, "결과적으로 실패한 인사였다"고 말했고 정운찬 전 총리에게는 "경제 공부 좀 했다고 경제를 잘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비난했다. 김근태 전 의장을 향해서는 "정계 개편을 하면서 보따리를 싸들고 이당 저당을 옮겨 다니던 구태정치의 고질병이 다시 도진 것"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관심의 초점은 경기고 61회 졸ㆍ서울대 정치학과 출신인 손학규 후보에게로 쏠렸다. 지난 3월 손 후보가 한나라당을 탈당하자 노대통령은 “대통령 후보가 되기 위해 명분을 버리고 탈당한 것인지, 아니면 새로운 정치질서의 창출에 하나의 밀알이 되고자 탈당한 것인지는 곧 드러나게 될 것" "원칙과 명분 없는 '보따리 정치'는 결국 국민에 의해 몰락하고 말았다"는 등의 발언을 쏟아냈다.

이때부터 ‘손학규가 괴담을 피해갈 수 있을까’ 라는 의문이 조심스럽게 제기됐었다. 결국 손 후보는 지난 14일 실시된 '원샷 경선'에서 당내 지지 기반과 뒷심 부족으로 정동영 후보를 뛰어넘지 못했다. ‘노대통령=KS저격수’설이 괴담에 그치지 않고 손 후보에게까지 그대로 적용된 셈이 됐다.

익명을 요구한 한 선거 컨설팅 전문가는 "노 대통령으로서는 억울한 부분이 없지 않겠지만 우연치고는 그 타이밍과 경우의 수가 절묘하다"며 "손 후보까지 탈락한 이상 KS징크스를 무조건 무시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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